김성훈<서우법무법인 대표변호사>

 채무가 없는 상황에서 금전지급을 요구 받는 경우가 있다. 이미 오래전에 변제한 채무의 금액에 대해 새삼 계산이 틀리다며 요구를 받는다거나,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났는데 집요하게 채권추심을 당한다거나 하는 경우이다. 차라리 소송을 통해 법원이 확정해 주는 금액이라면 당장 변제해 버리고 싶은데 상대방은 소송을 하지 않고 전화나 방문을 통해 꾸준히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이 경우 상대방이 소송을 할 때까지 한없이 기다릴 수는 없고 상대방이 주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이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형식상으로는 채무자가 먼저 제기하는 공격형태를 갖지만, 사실은 채권자의 주장을 법원으로 끌고 와 그 주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어방법이다. 채무자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면 상대방은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과 그에 따른 증거를 정리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채권자가 청구소송을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즉 채무부존재소송은 채무의 존재와 금액에 대해 다툼이 있는 경우, 채무자측에서 그 다툼을 조속히 정리하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소송 형태이다. 특히 이미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무의 경우 채권자가 집요하게 추심행위를 하는 것은 그 과정에서 채무승인을 받아 소멸시효 완성 효과를 무력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이미 소멸한 채무가 부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채권자의 부당한 시도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채무의 부존재 뿐만 아니라 일부 존재에 대해서도 유용하다. 예를들어 실제 채무는 200만 원 정도인데 상대방이 부당하게 일방적인 이자 주장을 하면서 1,000만 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대로 평행선을 달리면 실제 채무에 대한 이자도 증가하며 확정되지 않은 법률상태로 인한 위험도 부담하게 된다. 이때에도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데 그 청구취지는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200만 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와 같은 형태이다. 즉, 200만 원까지는 채무존재, 그 초과분은 채무부존재 소송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분쟁을 조속히 정리할 수 있다는 것 이외에 초과분에 대한 채권자 패소시 소송비용을 부담 시킬 수 있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문의 307-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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