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법무법인 안산 대표변호사>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많은 분들이 법률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 중에 가장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이, 어떤 문제에 대해 법전을 찾으면 그것에 대한 적용법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법률상담을 마치 자판기에서 상품 뽑듯 하는 분들이 있다. 간펀하게 “이 경우에는 어떻게 되요?”라고 묻지만 그것에 대한 답은 사실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막막함이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법전에 담을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따라서 내 문제에 직접 적용하라고 만들어 놓은 정제된 규정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의 원칙들이 있을 뿐이고, 이를 찾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사법작용인 것이다.
법의 적용은 1. 사실관계의 분석  2. 관련법 검색 및 해석  3. 사실관계에 적용 등 절차로 진행된다. 법률전문가마다 관련법을 찾는 것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판례를 참조하지만 세상에 완전히 동일한 사건이 없듯이, 판례가 갖는 의미는 법의 해석을 돕는 역할이 크고, 그 해석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데 있다. 따라서 판례를 참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 사안을 그 판례에 억지로 적용하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바로, ‘사실관계 분석’이다. 모든 법 적용의 전제는 확정된 사실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관계 확정이 잘못되면 관련법을 찾고 해석해 적용하는 과정은 오류투성이가 된다. 증거라는 것은 이 사실관계 확정에 대한 것이지 법적용에 대한 것은 아니다.
전화상담은 통상 질문자가 궁금한 것을 묻고 이에 답을 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가 사실관계 검토를 할 기회나 여유는 거의 없다. 마주보고 변호사가 확인할 것을 충분히 묻고 관련자료를 대조해 보면서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비로소 법률적용이 가능한데, 전화상담은 그 중요한 사전절차가 대부분 생략된다. 그 결과 섣불리 상담 내용만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여 낭패를 보고, 변호사에게 상담을 잘못 했다며 항의 하기도 한다. 마치 의사에게 수술과정의 설명을 듣고 그것만 가지고 직접 자기가 수술했더니 사고가 났다고 따지는 것과 같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화상담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담자에게 진정한 도움이 되고, 자칫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기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일정이 최소 2주 전에 결정된 이상, 전화상담을 함으로 그 예정된 일에 방해를 받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기존 의뢰인들과의 약속, 내 시간을 구매한 의뢰인들에 대한 예의는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문의 307-2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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