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나치 전범으로 유대인 학살을 주도했던 아돌프 아이히만(Otto Adolf Eichmann, 1906~1961)은 1960년 5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에 체포되어 공개 재판 후에 1962년 6월 1일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나치의 중령에 불과했던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터무니 없는 잔학한 행위를 할 수 있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이던 스텐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권위에 대한 복종에 관해서 실험을 하게 된다. 잘 알려진 밀그램 실험(영어 Milgram Experiment)이다.
  밀그램은 실험 참가자들은 권위있는 인물(선생님)로부터 다른 방에 있는 피실험자(사실은 배우)에게 전기충격(사실은 가짜)을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흰색의 실험실 가운을 입은 권위있는 인물의 감독을 받으며 다른 방에 있는 피실험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게 했다. 질문에 대해 잘못된 대답을 하면 그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45볼트로 시작했다. 틀린 답을 말할때마다 전압을 높여갔다. 전압이 높아지자 피실험자는 비명을 지르고 몸을 벽에 부딪히고 괴로운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실험자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독자는 실험참가자들을 안심시키면서 ‘계속 진행해주십시오. 실험을 위해서는 계속 진행해야만 합니다. 계속 진행해 주셔야만 합니다. 당신에게는 이것 외의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라고 재촉했다. 이 실험에서 전압을 300볼트까지 올리기 전에 전기충격을 멈춘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실험 참가자의 60%는 최대전압을 450볼트까지 전기충격을 가했다. 참고로 실험 참가자가 받은 대가는 고작 4.5달러였다.
  밀그램은 이 실험을 통해서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에 따르려는 욕구가 크고, 권위를 가진 인물이 내린 지시나 명령은 더 거부할 수 없다. 그는 사람들이 파괴적인 권위에 굴복하는 이유가 성격보다 상황에 있다고 보았다. 특히, 굉장히 설득력 있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윤리적, 도덕적인 규칙을 무시하고 명령에 따라 잔혹한 행위를 저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즉  규칙을 악용하거나 남을 속이는 일은 절대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절대적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윤리를 벗어나는 일을 지시받거나 부탁받았을 때 거절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밀그램의 실험에서 우리 인간들은 권력에 순응하고 스스로 결정하기를 주저하고 타인의 동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결정을 할 때 마음을 불편한 상황이라면 권위에 의문을 품고 거부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살라미 덩어리를 조금씩 베어 먹다보면 어느 사이에 다 먹어치우는 것을 살라미 이론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말이 있다. 국정농단을 엄정하게 수사하던 특검팀장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기업자로부터 명절선물과 포르쉐를 받았다고 한다. 렌트비를 돌려주었다고 하지만 석연치 않다. 결국 사퇴를 했다. 기백만에 불과하기에 작은 일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윤리적인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규모로 따질 수 없다.
모신문사에서 27년간 기자생활을 하고 청와대 대변인으로 근무하다 부동산 투기문제로 사임한 모의원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모방송의 기자와 PD가 경찰을 사칭하고 취재를 하려던 일이 드러난 일을 두고 기자가 공무원 사칭 한 두번쯤을 다하지 않았느냐면서 별것 아닌데 고발까지 하느냐고 했다.
그는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면서 언론개혁을 다짐했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속한 권력의 잘못에 무한한 관대를 주장하면서 상대나 약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잣대를 주장하는 거짓 공정성을 배척해야 한다. 죄는 표적을 이탈하는 것이다. 작은 이탈이던 큰 이탈이든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죄가 된다. 작은 이탈에 관대하다 큰 이탈에 대해서도 양심이 무디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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