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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경<경영학박사> |
나는 누구인가?의 존재적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자기 개념의 의미를 자기 정체성이라고 한다. 에릭슨(Erikson)은 개인이 자신에 대하여 갖는 지속성과 개별성을 지닌 주관적인 정서를 자아 정체성이라고 정의했다. 정체성은 라틴어의 아이덴티타스(identitas) 또는 아이덴티커스(identicus)의 ‘같다’에서 파생e되었다. 사전적으로는 본래의 성질 또는 본래의 가치를 의미한다. 학문적으로는 ‘세계관, 가치관이 정립된 주체의식’을 의미한다. 정체성은 국가나 조직, 집단차원에서도 존재한다. 알버트와 훼튼(Albert & Whtten)은 조직정체성은 조직 구성원들이 중심이 되고, 고유하며,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조직의 특성이라고 정의ㅤㅎㅔㅆ다. 때문에 정체성의 공유는 동일시를 통하여 정치와 문화, 사회적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8년에 “정체성: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IDENTITY: The Demand for Dignity and the Politics of Resentmemt)”를 쓴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프렌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최근 20년 동안 지구촌 유권자들을 자극한 것은 불평등 심화에 따른 분노의 정치였다고 주장한다. 많은 경우에 정치지도자는 집단의 품위와 존엄이 굴욕을 당하고 폄하되고 있다고 유권자에게 호소하고 있다. 대중의 정체성을 자극하고 이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은 100년의 굴욕을 상기시키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강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모토로 러스트벨트 사람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거리 총리는 2017년 선거에서 국가를 회복하고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희대통령은 우리가 태어난 것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개인의 정체성을 국민교육헌장에 명시했다.
정체성은 인간의 존엄(Dignity)과 관계가 있다. 인간의 존엄적 가치는 결코 폄훼될 수 없다. 내가 누구인가는 정체성을 묻는 질문이다. 나치는 유대인의 정체성을 말살하기 위하여 대학살을 서슴치 않았다. 200만명이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에서 독가스실로 끌려가서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한 젊은 정신과의사는 우연히 손에 넣은 유리조각으로 매일 말끔하게 면도를 했다고 한다. 독일병사들도 인간이었기에 사람을 죽이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병사들의 심리적 부담을 없애려고 수용소 안에 화장실을 몇 개만 남기고 없애 버렸다. 사람들은 씻지도 못하고 동물과 다를바 없게 되었다. 병사들은 더러워져서 인간의 존엄이라고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을 끌어내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을 고집한 젊은 의사의 말끔한 모습은 차마 그를 끌어내는 것에 주저했다. 죽음 앞에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숭고하다고 생각한다. 일제의 탄압에서도 민족의 독립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했던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우리는 기린다. 북한의 6.25 침략에 맞서 공산화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냈던 선배들,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를 이루어냈던 선배들, 가난과 정치적 혼란속에서도 산업화와 경제발전을 주도했던 사람들, 모두가 정체성이 분명했던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8대 경제대국, 세계 6위의 군사력과 원자력기술, 반도체기술, 정보통신기술 등 기술대국으로 이 시대를 리딩하고 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이래 1세기도 안되는 사이에 이룬 우리의 자랑스러운 업적이다. 지난달 26일 박정희대통령 서거 42주기에 노태우전대통령이 지병으로 서거했다. 국가장으로 장례가 치루어졌지만 그의 공과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노대통령은 12.12 정권찬탈의 부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으로 6.29 민주화 선언과 200만호 주택 건설, 중국과 러시아, 동구권의 공산국가들과의 국교를 이루어낸 북방외교정책 등은 오늘 우리 경제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현실은 공과가 섞인 지난 역사가 이루어낸 산물이다. 역사 속에 면면히 흐르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노멀시대라고 하지만 반만년을 이어온 홍익인간의 가치를 기반으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안산신문 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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