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384~322)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데 이를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고 했다. 반면에 아리스티포스(Aristippos, BC435~355추정)는 인간의 삶의 목적과 의의를 단순한 쾌락과 즐거움인 헤도네(Hedone)라고 했다. 이는 어떤 좋은 것을 가지고 싶은 욕망과 개인의 단기적 욕구가 충족되고, 많은 노력없이 스스로 만족하고 누리는 상태가 행복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완전하게 배제하지 않지만 삶의 진정한 행복과 기쁨은 쾌락주의(Hedinism)가 아니라 의미 지향적인 삶(Eudaimonia)이라고 했다.
  독일의 신경과학자이며 내과, 정신과 의사인 요아임 바우어(Joachim Bauer)는 그의 책 ‘공감의 유전자’에서 인간은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의미 지향적인 삶으로, 그리고 사회적 관점에서는 사회 친화적 공존의 삶을 살도록 정해진 존재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이고 인간성이라고 했다. 그는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공감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실험을 통해 밝히고 있다. 사람은 왜 사랑없이 살 수 없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지 못하는지, 인간의 공격성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는 대해서 신경과학을 통해 쉽고 충분하게 설명해 준다. 삶의 의지는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상을 살도록 도와주고, 도전과 난관에 대비하도록 하고,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모든 에너지는 신경생물학적 토대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런 에너지는 우리의 두뇌 중앙에 있는 중뇌에 있는 신경세포 연결망에서 도파민, 배타-엔드르핌, 옥시토신이라는 전달물질를 생성할 때에만 생겨난다고 한다. 이 신경 전달물질을 행복 전달물질 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른다. 호르몬 중에 도파민(Dopamine)은 인간에게 정신적 에너지를 부여해 주고, 베타-엔도르핀(Meta-Endorphin)은 통증을  경감시켜준다. 옥시토신(Oxytocin)은 친밀감과 신뢰를 느기게 하고 공감능력을 촉진한다. 이러한 전달물질이 생성되는 신경망을 동기체계 또는 보상체계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경험한 애정과 사랑은 이러한 체계를 활성화시키고, 신경전달물질들의 생성을 자극해서 우리가 좋은 감정을 느끼도록 하고 생기를 일깨운다.
  에너지의 결핍은 열등감을 만든다. 사랑과 유대의 결핍은 루저를 만든다. 생각의 결핍은 사리판단을 흐리게 하고 분별력을 약하게 한다. 이성적 사고의 부재는 남들과의 비교에 빠져 우울한 삶을 만든다. 에우다이모니아의 좋은 삶은 결국 우리의 생각과 관련되어 있다. 공감의 주체가 자아이기에 그렇다. 삶의 목적과 의미는 사유를 통해 깨닫게 한다. 가치관은 사고의 축적으로 만들어진 신념이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진다고 한다.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생각이 인류문명의 진화를 이루어 냈다. 과학은 생각의 산물인 것이다. 독일의 뇌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사고할 줄 모르고 스마트 폰에 삶과 생각이 잠식당한 똑똑한 바보들을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고 했다. 포노 사피엔스는 생각하는 과정이 점점 복잡하고 귀찮아지고 포기한다. 사람들과의 얼굴을 마주하는 인간관계를 회피한다. 디지털 세상에 매몰되어 스마트 폰에 의존한 채 홀로 떠돌고 있다. 결과는 참혹하다.  디지털 치매, 공감능력 감소, 지능지수 하락, 베타인지 능력 감소, 우울증, 극단적인 여론에 이끌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위험하게 한다. 생각의 기능을 잃어버린 신인류는 의미지향적인 좋은 삶과 친사회적인 공존의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에우다이모니아의 좋은 삶이란 인간성을 회복하는 영적 삶이다. 영적이란 반드시 종교적 의미라고 할 수 없다.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선(Good)을 지향하는 영혼의 능력이다. 자기정체성이 분명할 때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삶의 가치로 여길 수 있다. 착한 생각과 말, 행위를 하루에 한번이라도 연습하면 활기찬 에너지를 생성한다. 행복 에너지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만든다. 친구와 웃고 떠들면서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누기만 해도 스트레스는 자취를 감춘다. 자아를 깨끗하고 존귀한 인격으로 만드는 영적 에너지의 공급을 위해 기도와 명상이 필요하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교제이며 명상은 자기 성찰이고 결핍을 깨닫는 시간이다. 자아를 깨끗하고 존귀한 인격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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