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1840~1917)이 단테의 신곡에서 지옥편을 주제로 만든 ‘지옥의 문’이라는 작품이 있다. 지옥으로 향하는 인간의 고통과 번뇌 등을 담은 조각상들이 있고 이들을 지켜보며 생각에 잠긴 사람의 조각상이 상부의 중앙에 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이다. 벗은 채로 바위에 엉덩이를 걸치고, 여러 인간의 고뇌를 바라보면서 깊이 생각에 잠긴 남자의 상이다. 전신 근육의 긴장에 의하여 격렬한 마음의 움직임을 응결시켜, 영원히 계속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을 강력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살아있는 모든 생물체는 육감으로 인지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단지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본능적 사고와 고차원의 생각을 한다. 대니얼 카너만은 이런 인간의 생각에 대하여 그가 쓴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을 감성적인 사고체계인 시스템1과 이성적 사고체계인 시스템2로 구분했다. 생각의 기본적인 의미는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따위의 정신작용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작용은 완벽하게 현명하고 합리적이 않다. 미국 뉴욕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캐리 마커스는 인간의 마음이 허점 투성일 수 밖에 없는 것은 계획적이 아니라 시대의 환경에 맞추어 적절하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허술하고 서툴게 짜여진 인간의 마음은 어떤 문제에 대해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해결책을 내놓게 되는데 이것을 클루지(Kluge)라고 했다. 진화의 관성 때문에 인간의 마음과 정신세계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비합리적이기에 이런 클루지는 생각의 함정을 만든다. 맥락과 기억의 확증편향, 오염된 신념, 비합리적 선택과 결정, 이면적 교류, 쾌락의 유혹에 빠지는 심리적 붕괴를 누구나 경험한다.  
칼럼니스트인 사오유에(肖悅)는 우리 곁에 늘 도사리고 있는 생각의 함정을 17가지로 정리했다. 그 함정들은 분수에 맞지 않는 환상, 성격을 우울하게 만드든 비관, 자아도취와 오만, 경솔함, 의심과 억측, 마음을 닫는 폐쇄적 태도와 틀에 박힌 한계 설정, 극단적인 생각과 충동, 근시안적 사고, 탐욕과 허영, 무원칙과 맹종, 어리석은 고집, 지키지 못할 약속, 경박하게 떠벌리기, 공짜 근성인 요행심, 삶의 목표상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고독, 고립의 중년 위기이다. 
할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선택은 더 깊이 빠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성공과 실패는 생각의 차이에서 갈린다.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경영이 필요하다.
생각을 함정에 빠뜨리게 하는 것은 익숙함이다. 길들여진 생각이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의사결정의 신중함을 무시한다. 서강대 민재형교수는 그가 쓴 ‘생각을 경영하라’에서 ‘당신을 함정에 빠뜨리는 길들여진 생각에서 벗어나라’고 했다. 
직관과 감정에 의한 원초적 생각보다는 이성적이고 합리적, 객관적 사고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생각은 마음을 젓는 노(oar)라고 할 수 있다. 노를 젓는 연습과 훈련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익히고 기술을 키워야 한다. 생각에 따라 마음이 움직이기에 그렇다. 사람이 살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소용돌이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성경은 이를 시험(temptation; 유혹)이라고 한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피할 수 있지만 마음속에 도사린 생각의 함정은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민재형교수는 똑똑한 의사결정을 이끄는 11가지 판단하는 습관을 이렇게 정리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라,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라, 제자리에 머물지 마라, 미리 짜놓은 틀에 얽매이지 마라, 첫 제안의 닻에 휘둘리지 마라, 미래예측은 하나의 숫자가 아닌 범위로 정하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라, 실패를 스승으로 모셔라, 좋은 의사결정방법을 찾아 배워라, 개선된 판단습관을 체화하라고 한다. 
경영이란 기술과 경험(craft/experience), 통찰과 직관(art/insight), 과학과 분석(science/analysis)적 사고를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하는 구조가 본래 헐겁고 느슨하기 때문에 생각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세가지 요소를 배합해서 긍정적 사고의 그릇에 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생각의 힘에서 사고방식이 인생을 바꾼다고 말한다. 부정적 사고의 틀에 갇히면 결국 루저의 삶을 살뿐이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