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안산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2년 8월은 안산시가 상록구, 단원구라는 새로운 구청이 생긴 날이다. 1995년 이후 안산시 인구가 50만이 넘었고 대도시가 되었다.  이에 지방자치법과 50만 이상 인구의 대도시 특례에 따라 구청이 2개가 생기게 된다.
그런데 새로운 구의 명칭이 문제가 되었다.  구의 명칭은 관례와 조례에 의거해 향토지명위원회를 설치해 정하기로 되었다. 이에 향토사학자분들이 주축이 된 위원회는 새로운 구의 명칭을 상록수구와 별망성구로 정했다.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배경인 감골교회가 있고, 왜구 침입을 막기위한 조선산성인 별망성지가 초지동 해안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졌기에 지명위원회는 학술적 검토후 결정하였고 안산시는 결과를 시민들께 발표하게 된다.
그런데 이를 전해들은 시민들의 항의와 민원이 빗발쳤다. 별망성구라는 명칭이 할망구라는 비속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이다. 별망성이 역사의 의미는 좋으나 유명한 것도 아닌데 누가 알고 있겠는가, 그리고 구 명칭이 네글자여서 약간 긴 것도 문제였다. 모든 주소의 우편물과 명함 등등에 망자가 들어가면 나쁘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의견이었다. 그 당시 필자가 안산시에 비서관으로 근무했었기에 수많은 민원을 접하고 있었다.
이에 안산시민이 원하지 않는 명칭 선정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향토지명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지명위원회 분들이 어떤분들이신가. 향토사학에  전문적인 학자분들이시고 역사성과 유래를 따져 이모저모를 검토하여 내린 결정이기에 재검토를 수용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원안을 고수하셨다. 그리고 관련 조례에 따라 한번 공표한 것을 번복하는 것이 행정의 신뢰를 저해하는 경우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결국 명칭은 한번 정하면 영원히 바꾸기 쉽지 않은데 큰일이 벌어진 셈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 당시 안산시에 설치된 21세기 위원회를 통해 인터넷과 ARS 여론조사를 실시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명칭변경에 대한 근거와 여론을 확보하여 지명선정위원회에 선정 번복의 명분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약 5천명의 시민들이 여론조사에 응답해 주셨다. 여론조사 샘플로는 굉장히 많은 숫자였다. 그만큼 그당시엔 관심과 화제가 된 상황이기도 했다. 여론은 상록구, 단원구가 약 47%, 상록수구와 별망성구가 약35%, 성호구와 단원구가 약17%라는 결과가 나왔다. 가장 많이 선택된 상록구, 단원구를 정하자고 재차 재심요청을 하였다. 지명위원회는 시민들의 의견을 통 크게 받아들여 상록구, 단원구로 새로운 구의 명칭을 확정하게 된다.
이상이 2002년도 8월에 새로운 구의 명칭을 정하는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지방 자치와 분권의 시대가 어언 20여년이 흘러 30년 가까이 되고 있다. 이런 스토리를 떠올려 보는 것은 과연 지나온 안산시정이 시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였는지를 헤아려 보고 그런 노력을 촉구하기 위함이다. 지방자치 안산시 역사에 민선시장들의 평가는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현재의 민선8기 역시 좋은 점수를 받기를 바란다.
그런데 주요 결정들이 그 흔한 공청회나 토론회를 거치지 않는 모양이다. 여전히  온전하고 성숙한 지방자치 본연의 수준에 못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안산시장을 비롯해서 집행부와 시의회 등 주요 결정의 주체들께서는 심기일전하여 안산시민 전체의 복리증진에 매진해야 한다. 초심으로 분발하여 다가올 1년간의 평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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