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송(宋)나라에 주점을 경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손하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했다. 정성껏 빚은 술은 술맛이 좋다는 소문도 나서 주점은 손님이 넘쳤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주점을 찾아오는 손님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술은 시어져서 버려야 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무리 궁리를 해도 알 길이 없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 어른인 양천(楊倩)을 찾아가서 하소연 했다. 양천이 물었다. ‘자네 집의 개가 사나운가? 네? 개가 사나우면 술이 안 팔립니까? 사람들이 무서워하기 때문이라네. 내가 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아이에게 술을 사오라고 했더니 개가 그 아이를 물었다고 하네. 맹구를 치우면 전과 같이 잘 될 걸세’. 집에 돌아온 주인은 개를 치웠다. 주점은 예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이 이야기는 한비자의 글에 나온다. 나라에도 개가 있어 훌륭한 선비를 쓰려고 해도 사나운 개가 물어 뜯는다면 군주가 제대로된 선비를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솔로몬왕이 쓴 아가서에 보면 포도원을 허무는 작은 여우를 잡으라고 한다. 조직이나 공동체의 안녕과 평화, 화합은 사나운 개와 작은 여우들에 의해 무너진다.  
   성경말씀에 야고보는 ‘여러분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싸움을 벌이고 분쟁을 일으킵니까? 그것은 여러분 속에 숨어있는 악한 욕망때문이 아닙니까? 여러분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빼앗아 가지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시기심에 못이겨 싸움을 벌입니다(약4:1~2)’라고 질책한다. 그는 다투고 싸우는 것이 우리의 욕심이라고 한다. 20세기의 신학자 칼 바르트는 평화를 파괴하는 죄는 교만과 태만, 기만이라고 한다. 
맹구와 작은 여우의 속성을 그대로 나타낸다. 그것들의 공통점은 평화로운 질서를 무시하고 훼손하고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교만은 자신을 높이는 행위이고 독선을 낳는다. 인간이 신이 되려한다. 교만은 세상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을 한다. 교만은 다른 사람과 비교를 통해 우월감을 갖는 것이다. 목이 곧아서 자신을 볼 수 없다. 자신의 눈에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티를 비난하고 나무란다. 
교만은 결국 자신을 망친다. 태만은 그대로 게으름이다. 태만은 해야 할 도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직무의 역할과 책임을 유기하면서도 부끄러운줄 모르고 스스로 당연하게 여긴다. 기만은 자신을 속인다. 기만은 자신을 과대포장하거나 왜곡하여 다른 사람을 속이는 행위이다. 거짓과 속임을 통해 이익을 갈취하는 행위이다.
  평화는 조화로움의 예술인 음악과 같다. 아름다운 음악을 성립시키기 위헤 꼭 필요한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음의 높낮이와 길이를 의미하는 멜로디 라인인 선율과 풍부한 어울림인 화음, 전체의 곡이 지루하지 않게 전개될 수 있게 하는 리듬이다. 평화도 마찬가지이다. 평화(Peace)는 히브리어의 샬롬(Shalom)이다. 
샬롬은 단순한 평화를 의미하는 것 이상이다. 개인과 집단과의 조화, 화합, 안녕 또는 친밀한 관계를 포함한다. 샬롬은 갈등과 분열을 넘어 끈끈한 연결과 공동체 안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샬롬은 개념이 아니라 행동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유지하게 위해 노력하는 행위이다. 샬롬은 평화를 위해 사회적 정의와 자유, 평등을 지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살맛나는 사회의 관건이라면 이웃을 배려하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자 열과 성을 다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은 신뢰가 붕괴하면서 윤리가 실종된 데에 원인이 있다’. 2001년 당시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등이 쓴 책 ‘우리시대의 윤리’에 있는 글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사는 사회현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무시당하고 위협받는 사회가 윤리적으로 온전한 사회인가? 국회의 청문회나 국정감사 현장에서 지성인이라고 자처하는 높은 분들의 저질스러운 언어와 무분별하고,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위를 보면서 본질을 잃어버린 정치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평화는 상호 신뢰와 존중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평화로운 사회가 살맛나는 사회이다. 호주의 경제평화연구소가 2023세계평화지수(Global Peace Index,GPI)인 평화로운 나라 순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63개 국가 중 43위다. 베트남 41위. 말레이시아는 19위이다. 유엔지속가능개발해법네트워크(SNSD)에서 조사한 행복지수는 137개국가 중 우리나라는 57위다. 대만이 27위, 일본이 47위이다. 평화와 행복은 서로 연관성이 높다. 
우리 조직과 공동체에서 분노와 다툼, 비난, 시기를 절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성경은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불릴 것이다(마태5:9)라고 말한다.

안산신문  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