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경영학박사>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엄마나 아빠의 목소리에 금방 반응하지만 사춘기가 되면 부모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하지 않는다. 스탠포드 의대의 다니엘 에이브럼스 연구팀은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연구했다.아이들이 엄마나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아이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자기공명기능영상법(fMRI)으로 뇌 속을 촬영하는 실험을 했다. 결과는 영유아가 엄마의 목소리에 동조할 수 있듯이 사춘기에는 새로운 목소리에 동조할 수 있게 되는데, 아이들은 자신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단지 그들은 그저 자신답게 살고 싶어하고, 친구나 새로운 동료와 함께 지내고 싶어한다. 그리고 생소한 목소리에 점점 민감해지고 끌리게 된다고 한다. 인간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음으로 관계 속에서 자기의 내면이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지적인 동물이다. 인간의 성장은 지성과 감성과 의지가 온전함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성은 알지 못했거나 어렴풋이 알았던 것을 명확하게 깨닫는 것이다. 감성은 깨달음으로 알아차린 것을 감정으로 느끼는 것이며, 의지는 깨닫고 느낀 것을 뜻을 품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철이 든다고 할 수 있다. 육체가 자라고 든든해 질수록 지혜도 자라고 지정의(知情意)의 인격체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이며 목사인 고든 맥도날드(Gordon MacDonald)교수는 지적 성장을 위한 사고체제는 경청과 독서, 공부 훈련을 통해 성장한다고 말한다. 몸의 성장이 먹는 음식과 필요한 영향의 섭취로 가능한 것처럼 지적인 성장도 외부로부터의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론적으로 정리된 지도(Map)를 따라 학습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똑똑해지기를 원한다. 거짓과 왜곡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속지 않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지적으로 풍부해야 한다. 지적인 성숙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경청(敬聽) 곧 들음이다. 경청은 남의 말을 귀기울여 주의 깊게 들음이다. 
성경에도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한다. 히브리어로 들음은 쉐마라고 하는데 이는 경청하다. 순종하다, 이해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경청의 기술에 대한 수많은 이론들과 실천제안들이 있다. 그만큼 경청은 리더십과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반증한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서 국회의 청문회라든가 국정감사의 자리에서 펼쳐지는 질문과 답변의 공방(攻防)을 본다. 경청의 모습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자기 말만하다가 끝나버리기 일쑤다. 정말 물어야 할 질문은 어느 사이 자취를 감추고 비난과 변명, 반박과 아우성만 가득하다. 그들만이 아니라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그러니 질문조차도 이미 마음에 정한 것을 확인하려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이런 사례를 차치하고 우리는 지적 성장을 위해 누군가로부터 우리에게 들려주는 말을 귀담아 듣고, 반응하고, 공감할 필요가 있다.
  경청을 위해서는 말하려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추어 질문해야 한다. 교만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가 말하고 결론을 내버린다. 독선(獨善)이라고 할 수 있다. 회의는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활동이지만 거의 윗사람의 의견에 동의하는 수준으로 끝나면 시간낭비일 뿐이다.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어른들이나 어린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나이든 분이나 어린아이들 모두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노인들은 어떤 쟁점에 대해 오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안목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사물에 대한 정직하고 단순함의 지혜를 깨워준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이해하게 하여 준다. 우리는 기꺼이 겸손한 모습으로 그들의 눈에 맞추어 질문하고자 할 때 폭넓은 배움을 가질 수 있다. 다음은 비판을 수용하는 경청이 필요하다. 리더들의 충고와 지혜를 무시하고 귀중한 지식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이들을 키우다 보면 잘 알 수 있다. 
부모만큼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비난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어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나를 위한 비판은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들을 때 우리의 지적 성숙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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