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은 「만두파동」으로 전국이 시끌시끌 들끓었다. 만두는 서민들이 특히 즐겨 먹는 음식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에 있는 만두소 제조업체인 으뜸식품 이모사장(수배 중)이 부패한 무 등이 포함 돼 쓰레기로 폐기 처리될 단무지를 납품 받아 수질 검사를 거치지 않은 우물물로 탈염 탈수 한 뒤 만두소로 제조해 전국 25개 유명 만두 제조업체에 납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최근 2년 동안 농업용수로도 사용되지 않을 만큼 수질이 나쁜 우물물을 만두소 제조과정에 사용했다고 지적했으며 문제의 만두소 재료는 kg당 1500～2000원 씩하는 정상가격이 아니라 kg당 400～1000원 씩에 팔렸다고 한다. 그런 헐값에 사 들인 만두소로 만두와 호빵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이 바로 「쓰레기 만두파동」이다.
이런 사실이 보도를 통하여 알려지자 청와대 식약청 언론사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한국이 싫다" "이젠 뭘 먹고 사느냐" "정말 더러운 나라다"라는 시민들의 절규가 가득했으며 성난 군중들은 만두를 짓밟고 식양청 간판에다 던졌다. 중앙일간지 광고면에는 만두 제조업자들의 사과문이 줄을 이었고 유통 중인 문제의 만두를 회수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이런 와중에서 자금과 경영난에 몰린 한 만두제조업체 사장이 한강 물에 투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서를 통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정부를 원망하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엄연히 정부가 인정하는 검인(檢印) 딱지가 붙은 만두소를 구입해서 만두를 제조했는데 왜 우리만 죄인 취급을 당하고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말이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의 책임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규제완화」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 하면서 당리당략에 이용할 수 있거나 막대한 이권이 붙은 것은 그냥 놔둔 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칼질을 해왔던 것이다.
몇 개월에 한 번 시행하던 소방검사를 2년에 한번으로 완화 했는가 하면 아예 검사 대상에서 제외시켜 버린 것도 한 둘이 아니다. 그로 인해서 대구지하철 참사를 비롯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달았던 것도 여기에 연유하지 않았나한다. 또한 최근 5년간 식품관련 규제가 충분한 검토 없이 대거 폐지되거나 완화된 것이 「만두파동」등 식품안전사고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월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식품분야 규제개혁정책평가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식품관련규제는 100건이 폐지되고 3건이 신설됐다고 한다. 한편 연구원 관계자는 "필요했지만 규제개혁 차원에서 없어진 제도가 꽤 있었으며 이 때문에 식품 안전기반이 취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만두 제조업체 사장의 한강 투신 후 만두제조업체들과 으뜸식품에 단무지를 납품한 업체들은 "경찰이 으뜸 식품의 위생부실을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해 만두업체와 단무지 제조업체 등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면서 앞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청' 과 '경찰청' 등을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처음과는 그들의 태도가 싹 달라졌다고 한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식품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정부에서 나섰다. 내년부터 식중독 등 식품 피해를 입는 즉시 치료비를 보상받을 수 있으며 집단 식중독 등 단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집단 소송이 가능해지고 또 현행 30만원인 불량식품신고 포상금에 대한 상한액을 없애서 초대형 식품범죄를 신고할 경우 억대의 포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라고 한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유해식품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최종확정 새로 제정될 식품안전 기본법 등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검찰청은 지난 6월 21일 전국 부정식품 사범특별단속 전담부장 검사회의를 열고 인체에 치명적인 부정식품을 만든 식품업자가 재범(再犯)했을 경우 살인죄에 준하는 수준으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 조치법」상의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해 처벌키로 했다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식품 위생 범죄에 대한 처벌은 엄격하다.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무엇보다 우선해서 시행해야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법에 의한 처벌이란 그 범죄가 적발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지 적발되지 않았을 때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번 불량만두소 재료업체들을 적발해 낸 것도 외국인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청의 외사과 직원들 이였다고 한다. 만두소 재료업체가 쏟아 내는 오수로 물고기가 죽어간다는 낚시터 주인의 푸념이 수사의 단서가 되였다고 한다.
국민들에게는 쓰레기 만두를 먹이고 다른 선량한 영세 만두제조업자들을 부도로 내 몰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그들 "무슨 짓을 하건 돈만 벌면 된다"는 일부 국민들의 잘못된 의식과 가치 판단의 기준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만두파동이 다시는 안 일어난다고 누가 장담 하겠는가?
<이재중 논설위원 webmaster@an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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