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1만세의 함성이 국내외를 흔들 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언젠가 우리나라가 독립을 하면 그때 가서 갚겠다는 약속을 하고 독립공채를 발행한 일이 있습니다. 바로 그때 그 기약 없는 독립공채를 사 두었던 한 할아버지가 20여 년 전 외손자에게 빛바랜 누런 독립공채를 기념으로 넘겨주고 세상을 떠난 일이 있습니다.
10달러짜리 25달러짜리 50달러짜리... 세장의 얼룩진 독립공채가 연전에 재무부의 곡고과에 접수되었고 이어서 100만 달러짜리 공채 한 장도 접수 되었습니다.
꼭 나이가 든 중년의 세대가 아니라도 얼룩지고 빛바랜 그 독립공채를 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역사라는 것은 결코 쉽게 단절되는 게 아니로구나...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여기저기 울려 퍼지기는 했지만 그 당시 만세의 주모자들을 사정없이 체포되고 유관순같은 어린 소녀조차 잔혹하게 희생을 당하는 판국이었습니다.
특히 수원의 제암리에서는 마을 하나가 통째로 불길 속에 희생을 당한 역사적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언젠가 나라가 독립되면 갚겠다는 임시정부의 독립공채가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고 있었겠습니까?
『자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이 독립공채를 사주시오.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면 꼭 갚으리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총채 리승만! 』이런 식의 기약 없는 호소문을 그때 하와이의 사탕수수밭에서 백인 농장 주인에게 채찍을 맞아가며 노예처럼 일하던 우리의 할아버지들이 믿고 사셨던 것입니다.
소박한 믿음이란 이렇게 위대한 것인가! 하루 종일 사탕수수밭에서 뼈 빠지게 일을 해 바야 겨우 60센트를 받던 그 시절에 10달러 25달러 심지어는 50달러에 이르는 거금을 아낌없이 조국을 위해 쓸 수 있었던 그 용기와 믿음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소박한 믿음이 따르는 유식하고 현학적인 사람들의 생각보다도 더 정확할 수가 있습니다. 사실 그 때 흑인 노예들처럼 등짝에 채찍자국이 나 있던 이민1세가 조국의 독립을 환상으로라도 확실히 믿었기 때문에 독립공채를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그 분들이 조국의 독립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 나는 독립공채 같은 휴지조각은 살 수 없소...
그렇게 하고 그 독립공채라는 종이조각을 외면했다면 우리의 독립이 정말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빛바랜 독립공채를 손자의 손에 넘겨주고 숨을 거두신 이름 없는 선열들 덕분에 우리의 광복은 가능했던 것이고 덕분에 우리의 광복은 가능했던 것이고 사실 그 분들이야말로 위대한 선각자 이자 진정한 애국자였습니다.
해방이 되자 너도나도 애국을 했노라 목에 핏줄을 세우며 정치판에 나서던 그 수많은 자칭 애국자들보다는 뒤에 숨어서 빛바랜 독립공채를 혼사서 꺼내 보며 한숨을 쉬셨을 그분들 이야말로 얼마나 끔찍이 나라를 사랑했던 분들이었던가!
이미 사연 많은 독립공채를 후손들에게 남겨 놓고 이승을 뜨신 그분들은 지금쯤 광복이 되었을 조국의 땅을 굽어보시면서 이렇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사람들아 정신들 차리게. 나는 하와이의 움막집 사탕수수밭에서 눈물로 얼룩진 빵을 씹으면서도 독립공채를 사 보았다네. 여보게 후손들 제발 정신들 차리게.. 아직도 우리는 독립공채의 소망을 온전하게 이루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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