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들은 여야가 지루한 소모전을 계속함으로써 국민들을 불안케 하여 국력을 극대화하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했고 또한 노사간의 갈등 지역간?계층간의 불화에 이념 논쟁까지 가세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걱정만 끼쳐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는 사람들이 신바람나서 열심히 일할 때 최상이 되거늘 기업을 춤추게 하지 못했으니 이하는 불문가지가 아니겠는가? 미쳐야(狂)만 미치(及)는 것.
나는 희망이 얼어붙은 이런 현상들을 일일이 설명하자니 숨이 차서 차라리 다음의 네 개의 詩를 노래하여 음미하련다. 지긋이 눈을 감고서.
첫째 성창경의 시 <삶>
번뇌 많은 삶이다
겪은 만큼 겪지 않고
번뇌를 넘는 방법은 없다
번뇌와 괴로움을 떠밀지 말고
오냐 오냐 하며 다 받아들이며
또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웃을 때 웃고 즐길 때 즐기며
어쩔 수 없이
고통의 제물을 많이 바치는 삶이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까닭은 역시 신비이리라
즐거움은 날아가 버리고
슬픔은 남아 가라앉는다
해학이 잘 나오면 어지간하다
틈틈이 정성으로 빚은 황홀만은
주변에 뿌릴 일이다
남이 주는 황홀은 고맙게 받아 먹을 일이다
슬프고도 황홀한 삶이다.
둘째 최원규의 시 <돈 이야기> (전략)
손때 묻은
더러운 것일지라도
누구나의 가슴에
몰래 숨었다가
고독한 자의 벗으로
병든 자의 약으로
가난한 자의 시장기를
때워 주는 그 무엇으로
노을처럼 퍼지기 때문이다.
셋째 고정희의 시 <사랑법 첫째>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그대보다 높아서는 아니 되겠기에 그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 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이름 짓무른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넷째 황금찬의 시 <서해의 기원>
열리고 있다
희망으로 가득한
우리들의 성문
새옷을 입고
아침상을 받고 앉으니
내 분수에 맞는 행복의 자리
1년 시작으로부터
그해가 끝나는 날까지
이만한 행복이 유지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고 있다
때에 따라
오늘 내가 누리고 있는
이만한 행복도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마음에 평화가 있어라
오늘 우리 앞에
원수는 없다
사랑과
평화가 있어라
후회 없고
마음에 가책이 없는
삶을 살아라
우리들의 깃발은
휘날리고 있다
가야 하지
소망은 살아있다
성문을 열어라
힘차게 발을 옮기라.
한 외국인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이미지를 더럽히는 것은 한국 정치의 「너 죽고 나 살자」식 싸움판이라 비판한다. 정치판이 조용하면 국민이 심심해 할까봐 무척 걱정이 되는 모양이라고까지 비꼬고 있다. 그래도 부끄럼 모르니 그게 문제로다.
이 모두가 감동이 죽고 대신에 분노와 증오 그리고 비난과 불만이 넘쳐 살기마저 감돌아 건드리면 터질 듯한 사회 분위기 때문인데 전적으로 사랑의 결핍에서 야기되는 현상들이라 할 것이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했고 「개도 사랑을 할 때는 아름다운 음율로 짖는다」했으니 댓가를 수치로 환산할 수 없기 때문에 더 아름답다는 사랑에 어찌 인색할손가. 다 함께 사랑의 깃발 아래 뭉치자!
우리 마음에 낀 때 모두 말끔히 씻고 닭띠 乙酉년 새해를 맞이하자! 하얀 눈송이가 녹아내린 물로 곱게 곱게 마음의 곁을 쓸어내리며 세상을 사는 지혜와 건강을 서로의 곁에 가지런히 놓아 드리자!
새벽 정화수에 담긴 어머니의 기도가 나를 부르면 살포시 해조음 따라 한 살 나이를 얹어 새로운 나를 찾는 길에 나서자! 인생을 망각하고 낭비하는 것처럼 큰 죄는 없을 것이라는 자각도 더욱 다지자! 그리고 미래에 사는 시인은 잉크보다 피로 시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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