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나라에서 이런 부끄러운 직업병이 발생한 것은 국가적 수치이자 현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열악한 안전보건 현황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단면이다. 땀 흘려 일하는 노동자들이 혹여 그들이 외국인노동자라 할지라도 몸숨을 담보로 일해야 하는 생산현장의 취약성이 여실히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장갑과 얼굴 보호용 장구는 물론 방독마스크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 사업주와 관리당국이 충실했다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병이었기에 더욱 씁씁하다. 특히 안산시는 관내 공단내에 유독성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업체가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보건 대책이 그 어느지역보다 치밀해야 할 곳이다. 이미 안산지역 한 부품제조공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등 3명이 노말헥산으로 인한 다발성 신경장애 판정을 받고 2년여 넘도록 치료를 받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작업환경에서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의 현실이 먼 이야기가 아님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 등에 의뢰해 반월.시화공단내 중소업체의 외국인노동자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외국인노동자의 인권 따위는 무시하고 착취하는 생산현장의 현실이 어느정도 인지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외국인노동자에 대해 건강진단을 실시한 업체는 45.6%에 그쳤고 정기안전교육 조차 안하는 사업장도 42.6%나 됐다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다.
앉은뱅이병 발병 파문이 커지자 노동부는 노말헥산 사용 사업장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 보양이다. 올해 안산에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가 문을 열 것이란 소식도 들린다. 더 늦기전에 구멍난 산업현장에서의 안전보건 대책 시스템을 정비.강화해야 한다. 더는 부끄러운 산업질병으로 인해 추한 국가의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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