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잘못 가르쳐서 오늘 사회가 이렇게 혼란스럽게 되였습니다. 잘못을 반성하는 뜻에서 저희들 스스로 종아리를 맞겠습니다』하는 말과 함께 일렬로 뒤돌아서서 종아리를 걷고는 『한 대요!』하는 사회자의 구령에 따라『찰싹』 『둘이요!』『찰싹』『셋이요!』…… 이렇게 석대씩 회초리로 자신들의 종아리를 내리쳤다. 그런가하면 연치 높으신 원로 두 분은「죄의 용서」를 비는 뜻에서 흰색 한복 위에 두루마기를 받쳐 입고 거적 위에 꿇어 앉아 「석고대죄」를 하는 퍼포먼스가 연출되고 있었다.
이 장면을 지켜 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략 두 가지로 갈리어 있었다. 하나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사회를 만든 책임을 어느 누구라도 져야 할텐데 저분들이라도 나와서 책임지는 모습의 귀감을 보여준 것은 용기있고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였고 또 하나는 『기왕에 자기 반성의 표시로 종아리를 맞으려면 핏자국이 나도록 힘껏 내리쳐야지 살 살 시늉만 내는 것을 보니 사회를 또 한번 웃기는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잘못 가르쳤길래 사회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제까지 교수나 교사를 채용할 때 교직자로서의 품성이나 실력보다는 뒷거래에 의한 의혹설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자질이 모자라는 선생님들에 의해 교육이 진행되였고 학교 운영에 비리가 있다고 규탄하는 학생들에 의해 총?학장실이 점거되는 등 서글픈 현실 속에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된다』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진데다가 상급 학교 진학 시험 대비를 위주로 한 이른바 영·수·국(英語 數學 國語) 교육에 치중하면서 정작 「사람답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인성교육(人性敎育)을 가볍게 보고 등한시 해 온 것이 오늘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결과로 정직성(正直性)에 대한 교육을 게을리해서 그런지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이 부정에 대한 의혹사건에 연류 돼 검찰에 출두하는 장면이 나올때마다 100이면 1000사람이 『결코 그런 일 없다』『모략이다』라고 항변하며 떳떳하다는 모습을 보이던 그들이 밤샘조사를 받고 나올 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면목없다』『국민에게 죄송하다』면서 풀 죽은 모습으로 구치소로 끌려가는 장면을 보아 온 것이 어디 한 두 번인가? 이런 일들이 계속 되풀이 돼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불신의 늪은 깊어만갔고 황금만능의 사상이 선량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양심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팽배해 왔던 것이다.
공자의 사상이 잘 담겨있는 「논어(論語)」를 보면 공자 사상의 중심은 「인(仁)」이며 인의 가장 순수한 상태가 「효(孝)」(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와 「제(悌)」(형제간의 사랑)라는 것이다. 따라서 효(孝)와 제(悌)를 인간행위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으며 그리하여 효를 바탕으로 「수신제가(修身齊家)」(자신의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하여 심신을 닦고 집안을 잘 다스려 바로잡음)를 이룬 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나서서 천하를 편안하게 함)를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이 가르침이 뜻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으며 그 단계를 밟아가야 그 이치를 깨닫고 순리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한다.
오늘 우리 사회가 이렇게 어지럽고 사회의 원로들이 자기 종아리에 스스로 매질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순리를 모르는 자칭 일부 지도자들이 자기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도 『애국(愛國)과 애족(愛族)』을 전매특허처럼 부르짖고 다녔는가 하면 자식(子息)하나 제대로 단속 못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중책을 맡아 나라 정책을 좌지 우지 하던 행태 아래서 어떻게 올바른 사회가 되기를 바랄 수 있었겠는가?
이날 한편의 짤막한 퍼포먼스를 보고 소리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지로 삼키면서 나는 생각해보았다.『우리 사회를 이렇게 엉망으로 망쳐 논 장본인들은 이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언제까지 그들만을 나무라고 탓 할 수만은 없다. 이제라도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인성교육(人性敎育)을 제대로 시켜서 그들이 「사람답게」살아 갈 수 있도록 방책을 세워서 실천해 나가야한다. 이 어지러운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 『언제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시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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