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 대해서는 여러 속담이 있다.
·도둑놈 개 꾸짓듯이 (남이 알까 두려워서 입속으로 중얼거림)
·도둑놈 개에게 물린 셈 (제 잘못이 있기 때문에 남에게 욕을 당해도 아무 말 못함)
·도둑질을 해도 손이 맞아야 한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 등등…
도둑에게도 휘황찬란한 호칭이 없는 것은 아니다. 梁山君子가 그것이다. 이는 중국 後漢때 陳寔(진식)이라는 사람이 들보 위에 숨어 있는 도둑을 가리켜 한 말에서 온것이데 사물을 직접 말하지 않고 아무리 다른말을 빌어 빗대어 표현(곁말)한다고 해도 도둑의 실체는 도둑인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전해져 오는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어느 교도소의 아침 체조시간에 죄수복을 입은 두 바깥 사돈이 마주쳤다. 난처하고 거북스런 순간에도 한 사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사돈 난 정말 아무 죄없이 예까지 끌려 왔어요. 글쎄 새벽녘에 들에 나갔다가 길가에 새끼가 있길래 그걸 줏어왔더니 그 새끼 끝에 소가 묻어 왔더군요. 그걸 잡아 먹었더니 순사가 도둑으로 모는 거예요. 악질이더라구요?』
그 말을 듣더니 다른 사돈이 제법 점잖게 입을 여는 것이다.
『사돈에 비하면 난 정말 죄가 없다구요. 글쎄 상점에 갔는데 물건이 탐나서 그만 깜박 외상이란 말을 잊고 들고 나왔더니 도둑으로 다스리다니 이처럼 억을할 데가 또 어디 있겠어요?』
대 철학자 칸트는 「사람의 감각은 거짓말을 않는데 사람의 판단은 곧잘 거짓말을 한다」했고 그리고 「사람들은 善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 善行을 실천하는 것은 타인이기를 바라는 또 다른 마음을 함께 갖고 있다」고도 갈파한 바 있다. 또 명심보감 安分편을 보면 제1장에 知足可樂이오 務貪則憂니라 (족 할 줄 알면 즐거울 것이요 탐욕을 힘쓰면 근심이 있다) 하였다. 그리고 제4장에서는 知足常足이면 綜身不辱하고 知止常止면 終身無恥니라 (족 할 줄 알아서 항상 족하면 한평생 욕되지 아니하고 그칠 줄 알아서 항상 그치면 한평생 부끄러움이 없을 것이다)하였다.
나는 정치인을 비롯하여 이 나라 각계의 지도층 인사들을 놓고 위의 명언들을 저울질해 본다. 솔직하게 말해서 실망이 앞선다. 남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에게만 이롭게 我田引水식이어서 좀처럼 우러러 따르려는 존경심이 우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필요한 죄악적 존재」로 비친 때가 적지 않는다.
비근한 예로 최근 들통이 난 부동산으로 엄청나게 치부한 고위 공직자며 확정판결까지 옥중에서도 결재를 강행한 뱃심 좋은 지자체장도 있었으니 무슨 말을 더하랴. 전혀 분수를 모르는 처신들이다. 그런 위인을 감싸는 궤변들이 더 가증스럽고 나라의 미래를 불안하고 암담케 한다. 기준이 없으면 갈팡질팡하다가 결국 부패하게 마련이다. 소위 지옥전쟁이라 불리웠던 오끼나와 전투지원을 위해 항진중에 미군기에 의해 격침되었던 일본의 거대한 항공보함 「야마또」(大和)의 함장은 살아 남은 장병들을 모두 멀리 피하게 한 후 자신은 군함기로 마스트에 몸을 묶어 군함과 운명을 같이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책임이 따르지 않으면 분수를 지켰다고 할 수 없을 것이 아니겠느냐? 도덕적 솔선수범이야말로 지도력의 근간인 것이다. 본시 죄와 벌은 한 뿌리에서 자라는 것 원컨대 온갖 도둑들이시여! 제발 스스로 『나 도둑이 옳습니다』하고 떳떳이 나서 준다면 식별이 돼서 얼마나 마음 편할꼬? 소리쳐 태평성대를 외칠 일이다. 그런 날이 몹시 기다려지는 내 마음에 벌써 3월이라 저만치 새봄이 향긋한 꽃 내음과 함께 부드러운 입김으로 실눈 윙크를 보내오니 무척 반갑구나.
모두들 일제히 묵은 껍질일랑 젖히고 햇살이 행진곡처럼 퍼지는 가운데 새순돋듯 그렇게 희망으로 알차게 거듭나자구요. 3·1정신으로 만세를 부르면서……
<이기진 논설위원 webmaster@an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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