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가장 그럴싸한 것은 역시 바위틈에 수줍은 듯 솟아나는 풀들이 아닐까. 식물학자들에 의하면 독도에는 총 75종의 초목류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얼핏 보아서는 나무 한 그루 있을 것 같지 않은 섬에 그토록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하니 그곳에 그들이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는 환경부가 보호식물로 지정한 희귀식물 섬시호 큰두리꽃도 있고 해풍을 견디며 암벽에 서식하는 섬장대 왕호장근 번행초 등도 있다지만 지금 봄을 열고 있는 것은 민들레 쑥 쇠비름 명아주 질경이 등 우리 땅의 풀과 꽃들일 것이다.
풀로 말하고 꽃으로 말하고 봄은 말을 한다. 꽃망울로 말하고 새 싹으로 말하고 아지랑이로 말하는 봄이 하는 말은 해마다 틀리고 마을마다 다르다. 어떤 해는 부지런 하라 하고 어떤 해는 아끼어 쓰라 한다. 어떤 마을에선 『독도는 우리 땅』하고 어떤 마을에선 『도쿄 줄래 독도 줄께』한다. 2005년 독도의 봄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 독도에 상륙한 봄은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1. 『우리 땅! 우리 땅! 하지 마세요』
독도의 봄은 말할 것이다 서울은 우리 땅이라 하지 않으면서 왜 독도는 우리 땅이라 하느냐고. 자신이 없으면 없을수록 우기는 법이다. 독도는 이미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경상북도 울릉군 남면 도동 1번지라는 주소를 갖게 됨 섬이다. 1953년 4월 한국전쟁으로 인해 독도해역에 대한 경비가 소홀할 때 「홍순칠」대장을 비롯한 33명의 「독도의용수비대원」들이 3년 8개월 동안 50여회의 전투를 치르며 사수하였고 그 뒤 1965년에 최종덕 옹이 독도의 서도에 집을 지으며 살기 시작 했던 것을 시작으로 1987년에는 조준기씨 일가와 송재욱씨가 1991년에는 김성도씨가 부인 김신렬씨와 함께 주민등록증을 독도에 옮기며 산 섬이다. 또한 정부가 「독도 해조류 번식지」를 천연기념물 336호로 지정하고 1997년 11월에는 「독도접안시설」까지 준공하여 독도경비대원들과 독도를 찾는 많은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도 무엇이 그리도 무서워서 날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노래를 불러대느냐 하는 것이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 백리
외로운 섬 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독도는 우리 땅
박인호 작사 작곡으로 언젠가부터 불려지기 시작한 이 노래가 요즘 노래방과 휴대전화컬러링에서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를 선곡하는 사람이 5배 늘었고 벨소리로 내려 받는 사람은 하루 10명미만에서 6000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가사에 담겨 있는 독도를 이해하는데 좋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멀쩡한 자기 코를 『내 코는 내 코다』 하듯 멀쩡한 아들에게 자꾸만 『내 이들은 내 아들』이라 하듯 외워대는 것 같아 독도의 봄 듣기가 거북하다 한다.
2. 『상품이 아니예요』
독도의 봄은 말할 것이다. 독도특수니 독도마케팅이니 하며 독도를 상품화하지 말아 달라고.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의 날 조례통과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독도특수 상품을 속속 출시하면서 독도를 상품화하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선 독도에서의 남녀미팅 상품을 내 놓았고 은행에서는 독도는 우리 땅 통장 등을 출시해 고객을 모으고 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도 독도 관련 물품들을 대거 등록하고 독도마케팅에 총진군하고 있다. 독도의 봄은 독도를 이런 세상의 바람으로부터 지키고 싶을 것이다.
3. 『평소에 잘 합시다』
독도의 봄은 또 말항 것이다. 제발 수선 좀 떨지 말라고. 동해 저 멀리서 홀로 파도소리에 귀가 멀던 별빛에 눈이 멀던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수선을 떠는 것이 그리 아름다워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평소에 잘하지』라는 말이 있다. 올해도 때가 되어 독도를 찾아 온 봄은 퍽 당황했을 것이다. 늘 외롭던 섬 독도를 밟으려고 전쟁하듯 몰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지금까지는 뭐가 무서워서 개방을 못하다가 이제야 개방을 한 처사도 그렇지만 무슨 구경거리나 되는 줄 알고 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몰려드는 사람들도 마땅치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독도도 땅이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다면 독도에게는 땅격이 있다. 일본이 뭐라 한다고 수선떨지 말고 늘 우리 사랑하며 살자고 독도의 봄은 말한다.
4. 『흥분하지 말아요』
봄은 흥분한다고 오는 계절이 아니다. 설중매의 꽃눈이나 잔설 틈의 새싹은 어쩌면 처연하기까지 하다. 분신 투신자살을 기도하는 개인도 있고 대사관을 점령하려는 단체도 있다는 소식이다. 독도나 독도도 독도의 봄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5. 『사이좋게 살아요』
말없이 서 있는 독도의 바위. 그 틈에 야생화를 피우고 나비로 날게 하는 봄은 말할 것이다 사이좋게 살라고. 엄격히 따지면 독도는 일본 땅도 한국 땅도 아닌 조물주 하나님의 땅이다. 지구의 모든 곳은 그곳이 어디일지라도 함께 사용하고 함께 살아가라고 하늘이 내린 천혜의 선물이다. 누구도 그 땅을 자기 것이라 주장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미 한국은 물론 동남아까지 점령하여 자기 것이라 주장한 바 있는 전과자이다. 그러한 그들이 엄연히 한국인이 살고 있는 땅을 자기 것이라 망언을 일삼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평화를 위한 국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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