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젊고 자유스러워서 무한한 상상력을 가졌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마지막 시도로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나는 깨닫는다. 만일 내가 나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 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누가 아는가 그러면 세상가지도 변화되었을지!」
修身齊家治國平天下와 같은 이치를 말함이라 생각되어 숙연하게 만든다 왜? 변화의 중요성은 잘 알면서 순서와 질서를 나 자신이 어겼음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세속에 익숙해져 속물근성에서 헤어나지 한 「나」를 발견한 것이다. 진정 만시지탄이로다. 옷깃 여미고 곰곰히 생각해 보니 내 속에 「내」가 너무 꽉 차서 남들이 들어와서 쉴 자리가 없었으니 본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또 내 속에 바램이 너무 많아서 我生然後에만 골몰했던 것 같다. 그러니 修身은 않고 平天下만 꿈꾸는 위인들은 얼마나 가소로울까?
지지난 일요일의 KBS골든벨 프로에서 학생들의 뜻밖의 답을 보고 크게 실망한 바 있었다. 출제는 「알렉산더 대왕이 죽으면서 내 시신의 어느 부위를 관밖으로 드러내게 하라고 했는데 그 부위가 어디일까요?」 였다. 물경 40% 가까이가 「생식기」라고 답했다. 진행자가 空手來空手去의 힌트를 주었는데도 그런 답을 쓴 학생들은 「세계를 정복하려던 대왕은 정력가였을 것이고 정력의 상징이 생식기가 아니겠는가?」였으니 오늘늘 「손」은 이미 종횡주진의 자리를 잃었음이다. 카사노바 아니면 제2의 朴仁秀가 나타나서 판을 쳐서 될 일이겠는가? 사춘기의 학생들을 이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누구인가? 바로 우리 어른들 인 것이니 「내 탓」을 튀우치고 보속해야 한다면서 다짐하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자칭 타칭 「행복한 박사」로 불리는 최윤희 씨는 말한다. 「나처럼 부족한 사람도 얼마나 열심히 즐겁게 살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말하고 사람들에게 희망의 태양을 하나씩 「분양」해 주는 것이 내 임무다」라면서 한쪽 다리가 의족인 렌테카 기사와의 문답을 인용했다. 『건강한 사람들 보면 부럽지 않으세요?』 『부러웠지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에요. 신체 멀쩡한데도 제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 보면 오히려 안타까워요. 나 같으면 두배 세배 더 열심히 살텐데!』 이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이 아니라 멈춰서 있는 말 즉 「나」에게 모진 매질이다. 아픔에서 벗어나려면 억지로라도 달려야겠다.
달릴려면 우선 몸에 걸친 무게를 최소화해야 하리라. 버리는 것이 인색하면 달리는 출발부터 발목 잡히는 거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버릴 것과 안버릴 것의 선택이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버리라고 해서 다 버리면 무엇이 남을 것이며 버리지 않고 쌓아놓기만 하면 또 무슨 새것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나」라는 그릇은 하나인데 안 좋은 것이 가득 들어 있으면 좋은 새것을 받을 여지가 없다. 그래서 새것을 받아들일 여백을 위해 버려야 한다. 아침의 쾌변이 하루를 편안케 하듯이. 버릴 때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버리는 것 이것은 철학이고 결단이며 새로움이고 가치다. 이것은 고스란히 인행의 한 모습인 것이다.
한 송이 들국화가 장미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그냥 들국화로 충분해 하는데 내 속에 왜 바램이 너무 많안 이처럼 안달일까? 노추라 해도 불치로 진단이 내려지지 않았으면 싶다. 희망사항이다. 4월은 꽃피는 계절 산과 들은 환상적으로 파릇파릇해지고 나무들은 일제히 쭉쭉 날개를편다. 꽃처럼 순순하고 아름답고 싶을 따름이다. 그런데 사람이 꽃보다아름답다 했으니 이 얼마나 고맙고자랑스러운가? 그래서 거울 앞에 섰건만 어디 한 구석도 아름답다 여겨지지 않는다. 얼굴의 주름들이 얄밉게 정직하게 증언하고 있다.
『너의 얼굴을 보면 편해져』가 아니다. 그 반대인 것 같이 비친다. 「휴식같은 친구」얼굴이 아닌 것이다. 내 속에 「내」가 너무 꽉 찼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인과응보일지 모른다. 나이 들수록 심성이 고와야 한다거늘 그렇지못해 그지없다. 부끄럽구나! 중국의 前漢시대 사람 회남자(淮南子)는 말하기를 「무릇 대지는 나에게 인간이란 평태를 지니고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 살게 함으로써 자를 괴롭히고 늙게 함으로써 나를 편하게 풀어주면 죽게 함으로써 나를 쉬게 한다. 결국 내가 잘 산다는 것은 내가 잘 죽는다는 것이다」라고했다. 또 다시 숙연해진다.
그럴려면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지 않겠는가? 아침에 거울을 보고 『나는 오늘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 함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가 끝난 후에는 『오늘 나는 최선을 다했구나』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하리라. 오늘따라 내가 왜 이다지 심각해졌지? 아마도 다시 「꿈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신조에 충실하려나 보다.
<이기진 논설위원 webmaster@an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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