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충격으로 3개의 늑골이 골절되였고 골반에 금이 갔는가하면 무기페가 되는 증상을 입었었다. 그러나 정작 심각했던 것은 그 충격에 의해 눈 안에 있는 망막에 손상을 입어 「망막박리」라는 진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해서 세 번에 걸쳐 눈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이 많이 상하고 말았는데 첫째 시야가 좁아져서 넓게 보지를 못하기 때문에 좁은 시야의 각도를 벗어난 옆쪽에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가 하면 자동차나 오토바이 같은 것이 갑자기 옆에서 튀어나오는 일이 다반사여서 여간만 조심을 하지 않으면 큰 일을 당할 수 가 있다. 둘째 시력이 나빠져서 조금만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사람 얼굴의 형체만 보일 뿐 정확히 사람의 얼굴을 식별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병신」소리를 안들으려고 감(感)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대개의 경우 그 장소에 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사람은 알아보고 아는 체를 하지만 전혀 예기치 못했던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경우 알아보지를 못하고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게 된다.
한 번은 아주 예의바르고 남에게 인사 잘 하는 사람이 나에게도 먼저 인사를 했는데 나는 아는 체도 않고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더라는 것이다. 그런일이 몇 번 반복되자 『얼마나 건방지길래 남의 인사도 안받는 놈이 있나?』 괘씸하게 생각하면서 『혼을 좀 내 줘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그가 어느 날 공교롭게도 술을 마시고 있는 앞을 지나가던 나에게 그는 큰소리로 불러 세웠다. 그리고는 이제까지 쌓였던 분노가 폭발한 듯 『당신이 얼마나 잘났는지 모르지만 똑똑히 굴어! 알겠어?』하고 닫자곧자 고함을 치면서 시비를 걸었다. 술이 거나하게 오른 그의 얼굴이 더욱 붉어지면서 자칫하면 사람을 칠 기세였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당한 일이라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으나 나는 술김에 그가 주사를 부리는 것으로 알고 『아니 평소에는 점잖은 분이 왜 이러시느냐? 고 침착하게 말하면서 국면을 잘 수습하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그는 더욱 흥분해서 소리를 치는 것이였다. 그가 소리치는 내용을 대충 꿰맞춰보니 원인은 그가 인사하는 것을 못알아 보고 결례를 한 나에게 있는 것 같았다. 나의 그런 행동이 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교통사고로 눈을 다쳐서 수술을 세 번이나 했다는 것과 그로 인해 시력이 나빠져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성의를 다해 누누히 변명을 했지만 그는 끝내 이해해 주지를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생각 끝에 이런 경우 물증(物證)으로 제시하기 위해 「장애자 복지카드」를 발급받아 지니고 있다.
노후 생활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자 자격증」을 가져야되겠다 생각하고 시험에 응시했었다. 시험과목은 모두 10개 과목이였는데 1차 시험이 객관식 형태로 7개 과목 그 합격자에 한해서 3개 과목에 대해 주관식으로 2차 시험을 치르게 했다. 3천 6백여명의 응시자 중에서 5백여명이 1차 시험에 합격했는데 그 중에 나도 그 악조건 속에서 최년장자로 합격의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문제는 주관식인 2차 시험이였다. 남들은 3분이면 문제의 개요를 파악하고 나서 답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문제를 읽는 것만도 7~8분이 걸렸다. 더욱이 계산문제는 3字가 8字같이 보이고 2005를 205로 보고 계산문제를 풀어나갔으니 정답이 맞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4번을 도전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나자 나의 신체 조건의 한계를 깨닫고 아쉽지만 그만 포기하고 말았었다.
그 후 63세에 문단에 등단해서 글을 쓰고 있으나 자료를 읽는데도 남들은 1시간이면 되는 것을 나는 5시간 이상이 걸려야 한다. 5cm~10cm 이내로 바짝 눈앞에 갖다 대고 한 字 한 字를 읽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데 있어서도 컴퓨터를 이용하면 쉽고 빨리 쓸 수 있는 것을 눈앞에 바짝 갖다 대지 않으면 모니터에 나타나는 글씨와 자판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글자 한글자를 싸인펜으로 그려가며 쓰고 있으니 참말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하면 한글자 한글자마다 내 마음을 함께 담아 표현해 내는 것 같아 보람도 있고 뿌듯한 마음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 할 일은 많은데 시력이 더욱 나빠지는 것 같아 걱정되고 조바심을 느끼기도 한다.
오늘날 사회환경이 나빠지고 산업이 발전됨에 따라 외과적 수술을 요하는 질환과 안전사고의 발생율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에 비례해서 후천적인 장애인의 수도 늘어나게 되는데 선천적인 장애인보다는 오히려 후천적인 장애인의 수가 월등하게 많다고 한다. 이제 장애인은 더 이상 별종(別種)의 인간들로 구분되는 남의 일 일수가 없다. 나도 언제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세상에 우리들은 살고 있는 것이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장애인을 비하하고 거리감을 두던 옛날 잘못된 생각은 이제 그만 버려야 한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부모요. 형제요. 자매인 것이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모든 것을 배려해주고 도와주어야 한다. 장애인 돕기를 빙자해서 오히려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는 삼가해야 한다.
또한 장애인들도 떳떳함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 장애인이라는 것이 자랑이 될 것도 없겠지만 흉이나 허물이 될 수도 없는 것이다. 또한 생활하는데 불편하다 뿐이지 불가능은 없다. 끝으로 한마디 「장애인에 대해 어느 정도로 배려를 해 주는 사회인지? 가 선진국의 여부를 가름하는 척도인 것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webmaster@an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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