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고등학교의 얘기가 아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겪고있는 일이다.
학생들에 의해 불붙었던 이른바 '0교시 수업'논란이 이젠 초등학교에도 미치고 있다. '0교시 폐지' 여론은 기성세대에까지 퍼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엔 국내 어린이.청소년 전문가 100명으로 구성된 단체인 '어린이.청소년 포럼'이 "청소년들의 새벽등교를 강요하는 0교시를 폐지하라"는 성명서까지 냈다.
경기도교육청이 조사한 초등학교 0교시 수업현황을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관내 47개 초등학교 가운데 64%인 30개교에서 특기적성교육이라는 이름하에 0교시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보고다.
물론 사전에 학부모와 학생의 동의를 얻어 신청서를 낸 대상자에 한해 일주일에 2~4차례 실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에서 제기하는 건강권 침해나 정규수업 차질 등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또 과다한 학원비 부담 등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도 학교에서 진행하는 특기적성교육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0교시 수업은 어린이 인권문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오전 7~8시 사이에 등교를 하려면 일부 아침을 굶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이른아침 등굣길 안전사고 문제도 피하기 어렵다.
더욱이 대부분의 특기적성교육이 민간업체의 수익을 보장해 주려는 기성세대의 이기심에 떠밀려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저렴한 값에 효과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근본적인 취지마저 흔들고 있는 듯 보여 안타깝다. 업체는 방과후 편성만으로는 수익창출이 모자라 이른 아침에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학교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관련 기자재를 넘겨받으려고 이를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사회 미래의 동량인 아이들의 숙면과 등굣길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0교시 수업을 없애고 방과후로 편성하는게 바람직하다. 교육의 목적이라는 이름하에 인권 자체가 무시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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