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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05년 5월) 안산에는 3만 8천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생활하고 있다고 합니다. 안산 어디에서나 쉽게 이주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많게는 10년 적게는 5년 이상을 안산에서 생활한 분들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현실을 보아서는 이주노동자들은 외국인이라기보다는 이웃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이주노동자들은 안산에서 이웃으로 보다는 이방인을 대접받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을 동료로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 안산시민들이 작은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안산에 사는 이주노동자 샤킬 님을 만나 지나온 생활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file1#)- 언제 한국에 오셨나요?
1992년 3월에 왔습니다. 한국에 온지13년째고 안산에서 생활한지는 10년 정도 된듯합니다.

- 한국에 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건설관련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고 또 개인적 문제가 있어 마음이 안정이 안 되고 어수선해서 정리도 좀 할겸 한국에 왔습니다.

- 3개월 관광 비자를 받아 오신 걸로 아는데 비자 만료 후 왜 한국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당시 한국정부에서 6개월씩 4회에 걸쳐 출국 준비기간이라는 것을 만들어 더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들어올 때는 3개월 후 떠날 생각이었는데 더 머물게 해주니 있어도 되겠다 싶어 일을 시작했습니다.

- 그럼 정부에서 출국준비기간이라는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다면 3개월 후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셨겠네요?
아마 그랬을 겁니다.

- 지금까지 주로 무슨 일을 했는지요? 그리고 당시 임금은 얼마나 받았습니까?
처음 한 일은 공중전화기 만드는 회사에서 프레스작업을 했습니다. 정부에서 내준 출국준비기간이 끝난 후에는 회사를 옮겨 도금회사 자동차 부품회사등을 다녔습니다.
당시 11시간 일하고 35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 일을 하다가 허리를 심하게 다쳐 병원생활을 오래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좀 해주세요?
94년경에 한국에 와서 자그마한 도금회사에서 일하다 옮긴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98년에 허리를 다쳤습니다. 그 회사에 남자가 거의 없어 제가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을 주로 도맡아 했습니다. 기계 3대를 돌리면서 물건 상하차를 비롯해 무거운 물건을 많이 옮기다 보니 허리에 무리가 왔습니다.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아보았지만 별로 나아지질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느 정도 쉬면서 치료를 받았어야 되는데 일을 계속하면서 치료를 받다보니 별로 효과가 없었던 듯합니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지만 회사에서 받아주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일을 하면서 잠시 나가 물리치료를 받곤 했습니다. 물론 물리치료 받느라 일 못한 시간은 계산을 해서 임금에서 빼더군요. 그렇게 생활하다 98년에 여럿이서 함께 기계를 옮기는데 허리가 심하게 아프면서 다리에 마비증세가 왔습니다. 이때는 너무 힘들어 다리가 나으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후 집에서 움직이기도 힘들어 친구들이 사주는 약을 먹다가 전혀 나아지질 않아 친구의 도움을 받아 택시를 타고 병원엘 갔습니다. 처음 찾아간 병원에서는 상태가 너무 심하다면 다른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해 허리 수술을 받고 근 2년 가까이 입원생활을 했습니다.

- 참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그럼 당시 생활은 어떻게 했습니까?
생활은 친구, 동생들과 갈리레아 등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생활했습니다. 당시 산재요양비로 60만 원 정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산재요양비 모든 돈과 친구들에게 빌린 돈을 모아 그 뒤 2번의 수술을 더 받으면서 치료중 산재보험에 해당되지 않는 비용을 개인적으로 거의 모두 내었습니다.

- 회사에서는 특별히 다른 보상은 없었나요?
회사에서는 보상이 전혀 없었습니다. 보상은커녕 병원에 한번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 굉장히 서운 하셨겠습니다. 지금 허리는 어떠세요?
안산중앙병원에서 나온 후 이대병원에서 척추교정수술과 핀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친 허리를 치료하는데 전체 대략 3년 정도 걸린 듯 합니다. 지금도 그 때 다친 허리 때문에 움직일 수는 있어도 일상생활을 할 때 다리 마비 증세와 통증이 일어나곤 합니다. 지금도 피곤하거나 조금만 무리하면 더 통증과 마비증세가 심해집니다.

- 이야기를 조금 다른 쪽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듣기로는 현재 서울 경기 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노조활동을 하게 된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전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생활처지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엔 관심이 있었는데 병원생활을 하면서 더욱 많은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전보다 많은 이주노동자들과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다치고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은 사람들,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 회사에서의 비인간적 대우, 단속으로 인한 생활의 어려움 등. 치료를 하는 기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많아진 듯합니다.

- 현재의 노조가 생기기전 2001년경부터 민주노총 안에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라는 게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분들이 참여한 것으로 참여한 아는데 노조와는 언제부터 관계를 맺고 일했는지요?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에 직접 가입해 활동하진 않았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노조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다 기 보다는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이주노동자들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에서 독자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고용허가제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억압적인 단속과 강제추방도 문제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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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고용허가제는 무엇이 문제인가요?
현 고용허가제는 노동자가 일을 선택할 자유가 없으며(고용안전센타에서 지정) 이동 또한 현회사의 부도 등 큰일이 있어야 가능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2개월 동안 고용이 되지 않으면 강제출국 하도록 되어있습니다. 또 이는 등록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현재 미등록 노동자가 50%가 훨씬 넘는 상황에서 이주 노동자문제를 풀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고용허가제에 의해 정해진 출구시한인 8월31일이 되면 미등록 노동자의 수가 80%가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 그럼 대안으로는 어떤 것을 생각하고 있으신지요?
우리는 일을 선택할 자유와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 노동허가제를 주장합니다. 43만 이주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이 대우를 받지 않고 일한만큼 정당히 임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먼저 미등록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한국 정부가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사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산업현장에서 노동을 통해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단병호 국회의원(민주노동당)이 내놓은 단계별로 최초 5연간 일반 노동허가로 이후에도 일할 의사가 있을 경우에는 특별노동허가로 5년 최대 10년 정도의 체류를 허용하는 노동허가제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노조일로 바쁜 중에도 장시간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여쭈어 보겠습니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 살 생각인지 아니면 적당한 때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이신지요?
현재는 이주노동자들이 단속 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장받을 때까진 한국에 머물며 활동할 계획입니다.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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