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를 떠나기 전. 여러 가지의 상상의 날개로 소풍가기 전의 아이 같은 마음이 되었다.
깊고도 넓은 바이칼 호수는 투명해서 호수 깊은 곳까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일까?
어린시절 톨스토이의 ‘부활’의 작품에서 만났던 나타샤와 같은 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
시베리아 벌판을 달리며 끝없이 펼쳐진 흰색 나무껍질의 자작나무 숲은 과연 볼 수 있을까?
제1일 - 인천공항에서 하바로프스크 (Khabarovsk)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평소에 알고 있는 고정관념과 타성이 얼마나 고루한 것인지 강하게 깨우쳐주는 것. 얼마나 마음을 열고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타국의 모습은 놀라운 세계로 다가오리라는 믿음을 갖고 떠난다. 2시간 30분의 러시아 항공기내의 체험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첫 번째 관문.
러시아 속담에는 ‘웃으면 바보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웃어 주지 않는 여승무원과의 만남은 항상 미소로 대하는 한국식 관념의 여행자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코스였다. 기내식 음식을 기호에 맞게 먹으려고 해도 러시아 대화가 안 통하는데다가 짧은 영어마저 승무원은 영어를 모르는 것인지 알려고 안 하는 것인지 의사가 통하지 않는다. 냉정한 모습의 여승무원이 건네주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는 여행자 비애!
덜렁거리는 좌석의 부실함도 러시아식 스타일의 항공기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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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통관은 무척 까다롭다라는 소문을 들었다. 통관 시 군복의 통관담당자로 조금 긴장은 했지만 하바로프스크 공항 출입구까지 별 문제없이 빠르게 통과했다. 인천공항에서 부터 같이 타고 온 김지하 시인과의 만남은 무척 반가운 일이였다. 김지하 시인이 말하는 러시아는 어떤 나라인지 질문하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담담히 내가 가지고 있던 작은 책자에 사인을 받으며 질문을 마감했다.
아무르강 중류지점 하바로스크에서 1박을 -
전세버스를 타고 하바로프스크의 호텔 가는 길.
거리의 60~70년대 형태로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 눈에 확 들어왔다. 화려하다 못해 현란한 민소매의 차림의 젊은 러시아 여인의 물결들. 인형과도 같은 노란 머리와 하얀 살색과 푸른 눈의 러시아 여인들은 러시아 어느 풍경보다 빛나는 광경이었다. 아름다운 러시아 여인은 남녀비율이 3 : 7인 사회적 상황 때문인지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적극적이고 생활력이 무척 강하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우리나라 북한에도 여성들이 미녀들이 많던데 북쪽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 아름다운 것이 기후의 영향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러시아 여인의 최대 선물은 꽃을 선물 받는 것이라고 한다. 겨울이 길어서인지 꽃이 귀한 나라에서 남자 친구에게 꽃을 선물 받고 즐거워하며 거리를 다니는 러시아 여성들을 많이 보았다.
하바로프스크의 도시이름은 17세기 중엽 러시아 탐험가 제로페이 하바로브(Jerofei Khabarov)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하는데, 인구 70만명의 러시아 연방 극동지방의 최대도시로 우수리강과 합류점에 가까운 아무르강 중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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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바로프스크에서 하루를 묵은 우리는 ‘러시아 정교 성당’, ‘레닌광장’, ‘꺼지지않는 불꽃’의 주변을 관광하면서 주위에 흐르는 아무르강을 만날 수 있었다. 하바로프스크에는 수 많은 샛강(12만여 개)이 있는데 샛강의 대다수는 아무르강과 연결된다. 아무르강은 길이 4,440km이며 이는 러시아의 최장의 강이다. 강의 물 흐름은 주변의 샛강들을 역동적으로 품어서 안고 흐른다. 격정의 러시아 역사를 품고 가는 어머니 같은 모습이다. 연수단 일행은 아무르강 유람선을 관광하면서 시베리아의 목재를 실은 대형선박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시베리아의 칼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이기고 자란 나무들이 결국 인간의 필요에 의해 실려가는 현장은 씁쓸한 장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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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1박을 한 우리 일행은 다음날 아침 하바로스크 향토박물관을 방문했다. 러시아 연수에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는 지역 곳곳에 마을의 박물관이 잘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박물관이나, 역사관을 대형으로 짓는 것보다 지역마다 작은 규모로 운영되어 그 고장의 역사를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기회였다. 우리가 방문한 하로프스크의 향토박물관은 붉은 색의 오래된 건물로 러시아 지리학회 아무르 지부의 박물관으로 1895년 설립되었다.(#file4#) 1층은 하바로프스크의 지방의 생태계에 관해 전시하고 있다. 1975년 발견된 맘모스, 아무르 호랑이등의 박제가 전시되어 있다. 2층은 러시아인이나 우크라이라인들의 이주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3층에는 탐험가인 알제니에프와 델스부자라의 시베리아 극동 탐험사가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을 통해 학생들이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만났다.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본인들이 수치를 재는 기구와 기록을 위한 도구들을 이용해서 학생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이 눈에 띄었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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