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 시간, 총 4일, 전체 12시간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자원봉사학교를 80명씩 두그룹으로 나눠서 진행한 첫날, 늘 그렇듯이 기관장으로써 환영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함께 했다. 앞에 서서 학생들을 보니 하나 같이 얼굴에 생기가 없고 아침부터 축 처져있는 보습이 ‘아~ 그냥 대충하고 점수나 잘 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다. 복지사들도 프로그램이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웬걸! 삶이란 신비의 연속이듯이 그 기운 없던 청소년들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되면서 마지막 날엔 마치 복지관에서 오랫동안 봉사했던 사람들처럼 생기발랄하고 모습이 아주 적극적이 됐다. 프로그램도 힘을 받아 풍요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럴 때 복지사들은 희열을 느끼는 걸까? 그래서 박봉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현장에 남아 있는 걸까?
어쨌든 첫 번째 집단을 끝내고 두 번째 집단을 맞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신청자순으로 아무렇게나 모인 학생들이 집단에 따른 다른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 집단은 첫 번째 집단보다 더 조용하고 생기가 없어 적막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그러나 역시! 그 나름대로의 조용한 변화를 거치며 마지막 날 복지사들의 마음을 보람으로 채워 주었다.
몇몇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얼굴이 좀 창백하게 보였던 신영이(가명)는 벌써 ‘여기서 누가 제일 높은 사람인지’를 알아본다. 그래서 담당 복지사가 하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만 실습생 선생님한테는 못들은 체 한다. 담당 복지사의 코치로 실습 선생님이 신영이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친해서 나중에는 실습 선생님을 제일 많이 도와주는 학생이 됐다. 민석이(가명)도 상당히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그룹을 겉돌았는데 담당 선생님의 관심으로 적극적이 돼서 그룹 리더가 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각 그룹에서 소위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이 담당 선생님의 특별한 관심으로 그룹에서 적극적이 되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 ‘아! 우리 아이들 왜 이리 비타민 L (Love)가 부족한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아이들이 속한 가정은 주로 핵가족으로 혼자서 부모의 사랑을 다 독차지 할 수 있을텐데, 무엇이 이 아이들을 외롭게 할까? 우리 아이들은 참 바쁘다. 그런데 아빠도 바쁘고, 엄마도 바쁘다. 그래서 몇 안되는 가족이 모여 사는데도 서로 정을 나눌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아빠도 외롭고, 엄마도 외롭고, 자녀도 외롭다. 그렇다면 가정의 성원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바쁜 것일까?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 그러나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 나중에 행복할 것을 준비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마치는 것이 바로 내일의 행복을 준비하는 것일 것이다. 오늘 하루를 마치기 전에 내가 오늘 가족과 어떤 대화를 얼마나 나누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여름방학이 다 끝나기 전에 가족과 함께 몸과 마음을 서로 부대끼며 정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 하나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우리 복지관(본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8월 26일 저녁시간에 ‘오목골 썸머 가족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한여름밤의 무더위를 가족과 함께 대화도 나누고, 공연도 보고, 게임도 즐기면서 날려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최영석 기자 fiat36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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