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원의 주장은 강교수의 논문은 학문적인 것으로 사상의 자유 시장에 맡길 일이지 국가보안법으로 단죄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이와 같은 일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국가보안법을 청산하지 못한 결과로 이번 정기국회에 반드시 철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천정배 법무장관은 강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지휘함으로써 강교수 사건으로 안산에서 두 명의 현역 정치인이 진보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 5일자 동아일보 인터넷판에는 <낡은 좌파 가라, 뉴레프트 뜬다-신진보주의 선언>이라는 제하에 기존 진보진영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진보주의를 천명한 소장파 경제학자들의 뉴레프트 선언 기사가 올랐다. 이들은 ‘기존의 분배지상주의와 획일적 평등주의의 한계를 지적하고 개방, 혁신, 연대를 키워드로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며 적극적인 시장개방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지역경제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신문은 보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라면 뉴라이트가 기존의 보수에서 약간의 좌측으로 움직였고 뉴레프트는 좌에서 우로 조금 옮겨감으로써 약간의 지각변동이 생길 조짐이다. 물론 본질은 위치의 이동이 아니지만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획일성이 느슨해 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면 신세력의 등장뿐만 아니라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도 거치게 된다. 좌우 논쟁을 통해 보수와 진보의 정확한 개념이 사회에 소개되면 중앙이든 지역이든 정치인들은 자신의 사상적 거처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흔히 우스갯소리로 말했던 누가 겉은 파랗되 속이 빨간 수박이고 또 껍질은 빨갛고 속은 하얀 포장된 진보인지 드러나는 구경을 국민들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염려스러운 것은 그 과정에 또 국보법의 칼날에 베일 사람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94년 저서 ‘한국사회의 이해’로 국보법으로 고초를 당한 경상대학교 정진상 교수는 강정구 교수 사건을 보며 “자신이 마지막일 줄 알았다” 고 한 신문에 토로했다. 그만큼 국보법은 어느 때라도 살아 나와 마녀사냥을 할 수 있는 악법인 것이다.
과일 가게의 좌판에는 수박도 있고 사과도 있다. 그런 것을 장사하는 사람들은 구색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구색을 갖추지 못하면 손님이 끌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안다. 삶의 현장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수니 진보니 하는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색깔별로 구색을 잘 갖춰 놓으면 장사가 잘 된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데. 다만 싱싱한 과일이어야 하는 전제조건처럼 보수나 진보도 건강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최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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