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全文)
중국이 낳은 세계적 석학이자 멋쟁이 문필가 임어당은 여행자의 필수 도구로서 ‘사물을 느끼는 마음과 사물을 제대로 보는 눈 ’ 두 가지는 꼭 갖추어야 한다고 했는 바 저자는 그 외에 오관과 육감까지 두루 갖추었고 또 루소가 ‘누구나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되어 함부로 모국을 경멸하지 않는다’ 했는 바 저자는 한술 더 떠서 我田引水하면서까지 유리하게 제발 바르게 살아서 애국하는 길을 비켜가지 못하게 손을 잡아주고 있다. 나를 진정 감동케 한 것이 실은 그가 여러 나라의 풍물을 운치있게 묘사한 데 있지 않고 나라마다 자기네 역사와 전통을 있었던 그대로 잘 보존하고 지키며 다듬어서 국익을 도모하는 피나는 그 노력을 고스란히 우리들의 영혼과 피부에 닿게 전달하고자 한 저자의 한결같은 충정에 있다.
지면에 제약 때문에 저자가 우리에게 마음 속으로 전하고자 했을 대목들을 대충 간추려 적어본다.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낮은 나라 부패가 진행중인 나라 엄청나게 영화로웠다가 지금은 황성옛터가 될 나라 무질서한 나라 등에서는 그런대로 기억할 만한 것만 뽑고 기타는 저자의 기록따라 그곳 풍경과 풍물을 走馬看山하는 것으로 그쳤다. 정작 내 마음을 사로잡아 머물게 한 것들은 책의 237쪽부터인데 소득의 50% 정도를 세금으로 바치고도 불평이 없는 그 국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몽땅 책임져 주는 복지정책에서 자기가 바친 세금이 떼이지 않고 고스란히 돌려받고 있다는 국가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이다. 아득히 지상에 실제하는 천국을 그려보게 한다.
맨 앞에 실은 중국기행에서 그가 묘사한 대륙의 웅장한 풍경이 놀랍기만 하지만 국제도시 上海편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터와 윤봉길 의사의 의거가 있었던 ‘홍구공원’을 빠뜨리지 아니해서 고마웠다. 윤의사가 순국한 것이 그의 나이 새파란 25세 훗날 장개석 총통이 「중국 100만 대군도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고 극착했던 현장에는 중국의 사상가이지 문학가인 루쉰의 좌상이 평화롭게 있었고 공원 이름도 루쉰공원으로 바뀌었으나 우리 민족의 한을 폭발시켰던 역사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고 적고 있다」 정부의 맹성을 추구하는 대목이다.
내 마음을 찡하니 울린 또 하나는 ‘발마사지하우스’에서의 그의 감회다. 한 시간여 동안 발을 씻고 마사지하는 처녀 총각들을 보면서 「먼 훗날에 우리의 아이들의 중국 사람들의 발을 이렇게 씻어 주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나 하나만의 기우였을까? 아마도 중국의 경제적 급성장을 눈여기면서 지난 날 중국의 지배가 떠올랐던 것이리라.
다음 필리핀의 ‘리잘공원’ 스페인에 맞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군사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35세에 인생을 마감한 호셀리잘은 죽는 순간에도 스페인군 앞에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앞으로 돌아서기를 거부해서 할 수 없이 등 뒤에서 쏘게 됐다는 그때 상황 그대로의 조각이 공원에 세워졌고 지금도 현역군인 2명이 교대해서 보초를 선다고 하니 절로 옷깃 여미어졌다. 애국은 그렇게 산 교육에서!
일본 훗가이도(北海道)편 아이누족의 처지를 보면서 “36년 동안 온갓 방법을 동원해 일본인으로서의 동질화를 위해 광분했던 그들의 아니었던가? 그러나 이상한 것은 마음까지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맛이 있는 훗가이도에 다시 한 번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고 적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무래도 관광한국은 먼 것 같다.
베트남편에서 오랜 악전고투 끝에 마침내 통일베트남을 이룩한 최고 지도자 호찌민의 애독서중에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가 끼어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어깨가 으쓱했다. “알아야 面長을 하지” 맞는 말이었다.
북부 유럽편에서 해가 지지 않던 정열의 나라 스페인 120년 전인 1883년에 착공해 250년 후에야 완공예정이라는 ‘성 가족 성당’과 피카소 기념관의 규모 이야기도 황홀하지만 마라톤 우승자인 대한남아 황영조의 두 발바닥 모습이 선명하게 찍힌 동판의 기념탑을 보면서 뭉클하게 솟아오르는 짙은 감동과 더불어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뿌듯한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흥분된 어조로 적고 있다. 대한민국 만세!
스위스 톱니바퀴 등산열차-융프라우요흐에 이르는 짧막짧막하지만 수 많은 터널이 16년에 걸쳐 오로지 망치와 끌로만 완공되었다는 바 다이나마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스위스의 으뜸 관광자원인 만년설이 무너질 것을 우려해서였다니 하느님이 스위스 국민에게 축복을 독차지하게 한다해도 불평하지 못할 것 같았다. 스위스에선 고액세금납부가 애국심의 척도처럼 되어 있어 과세에 대한 이의신청도 세금을 적게 매겼다는 이의가 거의라고 한다. 그들은 그들의 자랑인 시계처럼 정확했다.
호수와 숲의 나라 필란드 대통령궁과 벼룩시장은 격의 없이 이웃해 있었고 대통령이 가끔 노점상에 나와 점심식사를 하는데 시민들 성인들과 더불어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눈다니 나머지는 불문가지로다.
복지와 원칙의 나라이자 노벨상으로 유명한 스웨덴 형무소에 수감죄수가 없을 때엔 옥상에 백기를 한 사람이라도 수감자가 있으면 빨간 깃발을 올리는데 그러면 시민들이 낯도 모르는 죄수를 위해 기도한다는 나라 외국 관광객 이 공중변소 세면대에 풀어논 손목시계가 며칠 후에도 그대로 그 자리에 있더라는 여행기처럼 꿈속같은 나라이다. 6·25전쟁때엔 우리나라에 병원성을 그리고 중립국 휴전감시단으로 활약한 잊지 못할 인연의 나라이다.
노르웨이 면적은 한반도의 1.7배 인구는 약430만명 GNP 3만3천달러 출산휴가 10개월까지 연봉의 100%지급 남편도 1년 정도 휴가 60세가 되면 모든 병원은 무료 중학교 과정까지 모든게 무료 숙제 없음 결혼은 일정기간 동거 후 결혼(이혼율 50% 주로 도시)
폴란드 쇼팽의 심장이 묻힌 바르샤바 유태인의 원혼이 떠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독일군에 의해 28개국 200여만명(주로 유태인)을 학살해 죽은 시체는 소각장으로 옮겨져 거기서 생기는 재는 비료로 흘러내리는 기름은 미용비누 제조 원료를 썼으며 가스실 바로 옆에는 독일군 장교들의 연회장이 있었는데 가스실에서 수 많은 생명이 죽어가는 그 시간 그들은 술 노래 춤을 즐겼다니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고 잔인할 수 있는가 그리고 나라가 힘이 없으면 말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당할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깊이 생각하고 실감하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어깨는 천만근의 무게에 짓눌리는 것만 같았다는 감회가 어찌 그의 혼자 것이랴.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캐나다의 벤쿠버 자연훼손은 죄악이며 절대금물이다. 국토면적이 세계 2위이고 나무만 베어 팔아도 현재 캐나다 국민들이 150년은 살 수 있으며 석유 보존량이 사우디 다음쯤 될 것이라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모습은 검소하기가 이를 데 없어 보였다. 국토는 작고 인구는 많고 자원은 없는 우리 대한민국-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라고한 저자의 탄식을 어찌 그 혼자에게 맡기랴.
더구나 그가 캐나다에서 얻은 교훈중 다음 사항들을 독자인 내뇌리에 말뚝처럼 박혀 있다.
?가짜가 없는 나라이다. 가짜를 만들지도 팔지도 않는다.
?부정 식품이나 의약품에 관한한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는데 살인범은 예외가 있을지라도 부정식품이나 의약품엔 예외가 없단다.
?법과 질서를 안 지키면 못 사는 사회이다. 버스에 서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운행하지 못한다고 한다.
저자의 결론은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억만년을 묵묵한 대자연에 비하면 백년도 못 사는 주제에 서로 미워하고 속이고 모함하고 거짓만을 밥 먹듯이 하는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하찮고 불쌍한 존재일까?」라고 적고 있는바 그가 일관되게 우리나라와 견주면서 남들을 보고 듣고 또 관찰하고 한 애국충정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나는 그가 말한대로 대리만족으로 흡족하고 값싸게 세계여행을 마친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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