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 당선자 19명의 면면을 보면 단 한명의 민주노동당 여성후보를 빼고 모두가 두 거대 정당의 가번 혹은 나번의 기호를 배정받아 출마한 후보자들이다.
무소속이나 소수정당 출마자는 차치하더라도 열린우리당에서 나번을, 한나라당에서 다번을 받았던 후보자는 모두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앞순위 후보자를 선호하는 유권자 투표성향의 결과다.
문제는 인물이나 정책에 대한 검증은 무시된 채 단순히 후보자의 기호만을 따져 이뤄진 이번 선거가 낳을 결과다.
올해부터는 지방의원에 대한 유급제가 도입된 탓에 “지방의회를 위해 일할 능력있고 준비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 그 어느때보다 컸다. 이는 유권자에게 주어진 책임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인물이나 경력은 밀려나고 다분히 정당과 기호순만을 따져 표가 쏠리는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졌다.
소선거구제로 치른 지난 선거때와는 달리 2~4개 동에서 2~3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중선거구제가 도입되다 보니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기회가 그만큼 좁아진 이유도 있겠지만 이처럼 ‘믿기조차 힘든’ 줄투표 결과는 앞번호만 보고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반증임에 분명하다.
흔히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한다. 주민의 손으로 주민의 대표를 뽑아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해 주민이 잘사는 지역공동체로 발전해가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의 실질적인 활동의 주체는 자치단체장과 함께 지방의원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줄투표 현상으로는 잘못된 시 행정을 견제하고 시민의 혈세낭비를 제어해야 할 시의회 본연의 기능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기호만을 따지는 유권자의 무책임도 문제지만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기호순이나 또는 정당에 의해 줄투표를 하도록 하는 현행 지방선거제도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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