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안산시는 반월공단의 배후도시로 건설되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동질성(同質性)이나 구심점(求心點)이 없는 것이 큰문제이다.
도시 규모가 커지면서 ‘상록구’와 ‘단원구’로 분구(分區)되었는데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자랑스런 역사성에 대해 시당국자의 무관심과 홍보 부족으로 자기가 살고 있는 고장에 대한 긍지나 애착을 느끼지 못하고 “안산다. 안산다 하면서 사는 곳이 안산”이라는 자조 섞인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시민 화합을 이루려면 첫째로 구심점이 있어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우리 고장의 훌륭한 역사를 활용하지 못하고, 어떻게 시민들의 가슴속에 안산에 대한 긍지를 심어 줄 수 있으며 구심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은가?
본오동 ‘샘골 교회’는 저 유명한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인 최용신(1909~1935) 선생이 1931년부터 3년 동안 농촌 계몽운동을 벌이고, 잠들어 있는 곳이다.
최용신 선생은 1909년 함경남도 덕원에서 태어나 루시 여자 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협성 신학교에 입학했다. 그녀는 어릴 때 천연두를 앓다가 생긴 마마 자국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으나 굳건한 신앙생활과 봉사 활동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녀는 문맹자가 대다수인 농민들을 방임해 두면 가혹한 일제의 탄압에서 민족의식을 상실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겨례의 살길은 농촌 계몽에 있다”고 확신한 선생은 대한 YWCA연합회의 파견으로 1931년 안산 샘골 교회 전도사로 부임했다.
선생은 “이제라도 자녀들을 열심히 공부시켜 나라를 찾고, 잘 사는 국가를 만들자”고 호소하며 아이들을 모았다. 일제시대에 한글을 가르치는 것은 잠들어 있는 민족의 혼을 깨우는 일 이였다. 선생은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조국을 찾는 독립정신을 불어 넣어 주었다.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누어 아이들에게 한글, 산수, 재봉, 수예, 노래를 가르쳤고, 밤에는 부녀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1년 열두 달 강행군을 계속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1934년부터 YWCA보조금이 중단되자 운영난에 빠진 샘골 학원을 살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우리던 중 누적된 피로와 영양실조로 1935년 1월 23일. 27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상록수(常綠樹)정신’은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해방 후 선생은 농촌 계몽가로, 또 독립운동가로 인정받아 국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았다.
단원구(檀園區)의 단원(檀園)은 조선시대 대표적 화가로서 대중에게 가장 친숙 했던 김홍도(金弘道)의 호(?)이다. 단원 김홍도(1745~?)는 중인 출신으로 7~8세 무렵 경기도 안산에서 칩거 중이던 당대의 최고 문인 화가이며 이론가인 강세황에게 그림을 배우고 20세 때 도화서에 들어갔다. 궁중에서 정조(正祖)의 인정을 받았는데 정조는 그림 그릴 일만 있으면 단원을 불러 들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현재 200여점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거의가 보물로 지정돼 있다. 고도의 회화감각으로 처리된 탁월한 공간 구상과 수목(樹木)의 능숙한 처리. 강한 먹선의 강조와 독창성을 발휘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김홍도의 회화사적 비중을 한결 높여 주고 있는 분야는 풍속화이다.
조선 후기 서민들의 생활상과 생업의 광경을 간략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도 위에 풍부한 해학적 감정과 더불어 표현된 그의 풍속화들은 현실적인 소재를 소박한 생활정서와 풍류적 감성이 가미된 생동감 넘치는 기법으로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배출해낸 고장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시민들에게 긍지를 심어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선 상록수역 앞에는 ‘최용신 선생 유적지’라는 간판이 하나 서 있을 뿐, 어떻게 찾아 가라는 안내표시판 하나가 없다.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어렵사리 찾아간 유적지는 사방(四方)이 아파트와 상가로 둘러싸여 큰길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데 엉뚱한 곳에 ‘최용신 선생 유적지’라는 간판이 손바닥만 하게 걸려 있다.
계단을 통해 경내로 들어가니 숲속에 허름한 창고 같은 단층 벽돌집이 있었는데, ‘최용신 유물 전시실’이라고 씌어 있지만 먼지만 쌓이고 문은 굳게 잠겨져 있었다. 분향소도 없었다. 관리인 하나 없는 이곳에 ‘안산시 향토 유적 제 18호’라는 팻말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우선 도로를 막아선 상가라도 시 예산으로 사들여 헐어 내서 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제대로 관리해서 많은 사회단체, 시민, 학생들이 이곳을 찾아 참배하고 선생의 얼을 가슴에 새기도록 할 수는 없는 것 일가?
고잔동에 있는 ‘단원 미술관’도 마찬가지다. 허름한 판잣집은 이름만 ‘단원 미술관’이지 단원의 작품은 하나도 없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 풍광 좋은 곳에 미술관다운 ‘단원 미술관’을 건립하고 단원의 작품을 모사(模寫)해와서라도 전시를 할 수는 없을까?
그리고 1년에 한번 이라도 작품 소장가들 과 협의해서 진품 전시회를 구상해
보면 어떨까? 또한 ‘단원화첩’을 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단원의 사상, 화풍, 그의 생애를 이해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역사를 천대하고 어떻게 내 고장의 뿌리를 찾을 수 있나? 이제까지 제 역사도 제대로 간수 해 오지 못한 안산시 행정을 어찌 할 꺼나? ‘로마 사람들은 그리스 신화를 뺏어다 로마 신화로 만들었는데...’
/이재중 논설위원
이재중 논설위원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