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산 호수 공원
우리가 이제까지 생각해 왔던 공원(公園)에 대한 개념은 푸른 숲이 있고 잔디밭 오솔길이 있으며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와 연못이나 호수가 있으면 더욱 좋고, 정자 나 운동시설들이 있으면 금상첨화였다. 그래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솔길을 걷고 연인들은 가로등 밑 벤치에 바싹 붙어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에 밤새는 줄 몰랐으며, 마을사람들은 정자에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의 꽃을 피웠고 해 떨어질 저녁 무렵이나 해 뜰 무렵에는 각자의 건강을 위해 소중한 운동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 공간 이였다.
바로 시민 공원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그 개념이 바뀌어 공원마다 특성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서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마닐라의‘리잘’공원은 스페인 식민지 시대에 스페인에 항거 하다 처형된‘호세리잘’을 추모하고 후세에게 그의 숭고한 독립 정신을 전해 주기 위해 처형장면과 사형 선고를 받는 재판광경, 어머니,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약혼자와 최후의 작별을 하는 장면들을 조각으로 생생하게 재현시켜 놓아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고달팠던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고 숙연한 느낌을 갖게 한다. 한편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에있는 ‘비켈란드 조각공원’은 10만평의 잘 정돈된 공원에 세워진 ‘구스타프 비켈란드’가 조각한 192점, 695명의 조각상은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과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너무도 리얼하고 섬세하게 그려 내어서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인생을 한번 산 것 과 같은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또 카나다에 있는‘벤프 국립공원’은 록키산맥의 대자연을 주제로 한 웅대한 규모의 자연 생태 공원이다.
국내에서도 일산의 호수공원은 호수의 규모도 크거니와 꽃 박람회로 유명해 저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으며‘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용인 에버랜드’같은 곳은 동물원과 각종 놀이 시설, 꽃 축제들을 보고, 즐기기 위한 인파들이 값 비싼 입장료 와 관람료에 구애되지 않고 몰려들고 있다.
그러면 개장 예정일을 몇 번씩 연장해 가며 최근에 개장된‘안산호수공원’은 어떠한가? 이곳이야말로 시민공원의 개념을 그대로 간직한 대표적인 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잔 신도시 20여만평 규모의 안산 최대 규모라는 이곳에는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인라인 하키장, 스케이트장 등의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 있으며 3천여평의 대지에 수영장도 건설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바로 지척에 있는 시화호에 철새 도래지로 유명해진 대 규모 갈대 습지가 있는데 이곳에도 꼭 같은 갈대 습지를 만들었고 지금 거대하게 건설 중에 잇는 종합 운동장을 놔두고 이곳에 경기장들을 만들어 놓아 이중으로 경비가 투입된 것은 아닌지? 앞으로 유지 관리는 어떻게 하고, 여기 들어가는 관리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이것도 시민의 혈세로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가 걱정스럽다.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조깅을 하는데, 특히 푸르지오 6단지, 7단지
주민들에겐 더 없이 좋은 조깅코스이다. 그리고 복잡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면 호숫가 벤치에 앉아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은 근처 마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일 뿐 수도권은 물론이거니와 안산시민들 조차 제대로 찾아가는 길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열린 안산을 만들어 외부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기는 커녕 마을 사람들과 체육 동호인들끼리 즐기기 위한 놀이터를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닌지?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면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몇 가지 사항들을 제안한다.
1. 풍광 좋은 소나무 숲 속에 덕수궁 석조전 같은 아름다운‘단원 미술관’을 지어 놓고 단원의 작품(모사작 이라도)및 안산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 한다.
1년 중 단 몇 회라도 단원 작품의 진품 전시, 또는 세계적 화가들의 수준높은 작품의 전시회를 유치한다.
2. 미술관에서 단원 작품의 화첩을 제작해서 판매한다.
3. 파리의 몽마르트 언덕처럼 화가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미술관의 모습을 비롯해 풍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작품활동 공간을 제공한다.
4. 공원을 일주하는 미니 열차를 운행하고 정거하는 역 마다 색다른 볼거리, 먹거리, 이벤트를 연출한다.
5. 단원 미술관 옆에 풍속화의 장면을 내용으로 하는 민속촌을 만들어 직접 보고, 먹고 체험하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 그리고 수문장들의 교대의식이나 어가 행렬 등의 이벤트를 개최해서 그림 속 장면들을 실연(實演)해 보여주어 안산의 명물로 만든다.(외국 관광객들에게는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6. 경내에 방송 시설을 설치해서 분실물이나 미아찾기 등 각종 안내 방송을 하도록 한다.
7. 성호 이익 선생을 비롯한 단원 김홍도, 최용신 선생, 심훈 소설가등 안산과 인연이 깊은 분들의 동상을 건립해서 그 업적을 후세에 전하도록 한다.
8.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과 세계를 향한 홍보 활동을 강화한다.
9. 중앙역 또는 고잔역에서 공원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설치 운행해서 전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또 다른 새로운 멋을 느끼게 한다.
10. 모노레일 승차비, 입장료, 관람료를 비롯한 기타 수입금으로 공원의 관리 유지비를 자체적으로 감당 하도록 한다.
11. 그 외에도 ‘안산 호수 공원’의 특성에 대해 널리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발전적인 방안을 연구 실행토록 한다.
안면도 같은 소도시에서도’리조트 단지’의 조성,‘팬션단지’조성 같은 계획을 수립해서 관광단지로의 발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안산시는 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우리들끼리만 놀려고 하는가?
/이재중 논설위원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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