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논인 집에 사는 부부가 있었는데 벼 벤 후가 되면 아내는 해마다 우울증에 시달렸다. 직장에서 퇴근하여 매일 밤에나 집에 돌아오는 남편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1월이면 찾아오는 우울증, 그것은 늘 풍성한 생명으로 가득했던 논을 바라보며 살던 아내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맘때쯤 되면 한강을 바라보고 전망 좋기로 소문난 아파트지역에 매물이 많다는 얘기까지 있고 보면 현대인에게 있어 11월은 복더위보다 넘기기 어려운 기간이 아닐는지.
17층 아파트에 사는 한 중년 주부가 창 밖의 나무에 매달린 마른 잎을 바라보다 남편에게 말했다고 한다.
“여보, 저 낙엽이 왜 저렇게 슬퍼 보여?”
창 밖의 일에는 관심이 없던 남편
“지가 끝까지 버티다 못 배기면 떨어지는 거지 뭐.”
어쩌면 우리는 모두 그 마른 잎처럼 슬퍼 보이는 모습으로 1년의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외롭고 그래서 허무하고 그래서 슬프고….
이 11월을 무사히 통과하는 법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특효약은 감사다. 감사는 허무한 마음에 생기를 준다. 감사는 우울한 마음에 기쁨을 준다. 그래서 성경은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친다.
이 감사함이 정치가에게 있다면 그는 권력을 남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감사함이 부자에게 있다면 그는 그 부요함을 독점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감사함이 부부에게 있다면 그들은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감사함이 절망한 자에게 있다면 그는 자살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감사함이 낮고 천한 삶의 사람에게 있다면 그는 울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수사에 정치가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거대 카드회사에선 죽은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한 후 빚 독촉을 했다고 한다. 이혼은 여반장(如反掌)이 되고 자살은 다반사(茶飯事)가 되었다. 숨어 우는 사람도 너무 많다.
행복은 감사의 문으로 들어와 불평의 창으로 나간다고 한다.
별빛을 보고 감사하는 자는 달빛을 보고, 달빛을 보고 감사하는 자는 햇빛을 본다는 말도 있다. 잘못해서 미국이 북한을 응징한다고 우리나라를 공격전진기지로 삼는다면 북한의 그 핵이 남한에 쏟아질 수도 있기에 전전긍긍하는 사이에 침체된 경기는 살아 날 줄 모르고 다들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감사하면 이길 수 있고 감사해야 문제도 풀린다.
1년 내내 농사를 지어, 많든 적든 추수한 곡식을 집안에 꺼들인 농부는 우울하지 않다. 감사가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들이 이 11월에 추수감사주일을 지키는 것은 축복이요 은혜다. 손으로 직접 수확하지 않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추수기, 그리고 추수후의 11월, 공동체든 가정이든 혹은 개인으로라도 감사의 이벤트를 가질 수 있다면 마른 잎과 빈들이 가져다주는 공허와 우울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을 잘 통과하고 흰눈사이로 찾아오는 성탄과 송년의 계절을 맞이하자.
/최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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