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사람 구경 몇 명 하기도 힘들어요”
고잔 신도시에서 요식업을 경영하고 있는 박계순씨는 요즘의 어려운 실정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고잔 신도시 발전 협의회’회장 이기도 하다.
그는 이어서 “현황을 말씀 드리자면 고잔 신도시에 약 3만세대의 아파트가 있습니다. 1세대를 구성하고 있는 인구수를 평균 잡아 4명으로 계산할 때 약 12만 명의 인구가 거주 하고 있다는 답이 나옵니다. 여기에 점포가 1만8천890개(50평 이상 규모만 계산)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거주하는 인구 7명이 점포 1개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점포수가 엄청나게 과잉 공급돼 있다는 것 이지요” 이야기를 마치자“후~”하고 한숨을 쉬고 나서 “현재 공실율을 약 50%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입주업체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업종은 요식업입니다.”
그러면 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그 문젯점을 살펴보면
첫째 : 수자원 공사가 대지를 분양하면서 많은 이익금을 챙기기 위해 현실을 무시한채 점포수를 과다하게 책정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이다.
둘째 : 지반이 약해서 지하 주차장을 1층 밖에 설치 할 수 없는 형편인데, 공용 주차장인 옥내 주차장은 규모가 작고 복잡해서 운전기술이 미숙한 사람은 이용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주차장 문제로 그나마 상가 이용이 어려운 형편이다.
셋째 : 미처 상권이 형성되기도 전에 국가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소비와 구매력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넷째 :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직장을 잃었거나 마땅한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 손쉽게 할 수 있는 요식업에 뛰어 들었으나 노하우나 특색이 없어 실패하는 사례가 많이 발생했다. 입주 업체들이 실패를 거듭하게 되면서 신도시의 이미지는 손상되었고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다섯째 : 다음과 같이 도시계획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① 도시는 업무지구와 상업지역이 함께 어울려 있어야 업무지구에서 발생하는 소비의 구매력을 상업지역에서 흡수해 발전하게 되는데 고잔 신도시는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소비와 구매력의 부족 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② 미래 지향적이고 이상적인 도시로 설계했으나 우리의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사람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 놓은 ‘보행자 전용거리’가 사람 구경 조차 할 수 없는 장애물로 변해 버렸다.
·시청 앞 광덕로에서 까르푸 백화점으로 연결되는 거리는 도로 폭이 100m이고 이중에 완충 녹지를 설치해 놓아서 도로변의 상가는 주차난으로 영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
고잔 신도시 상가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다음과 같이 피해와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첫째 : 고잔 신도시가 건설되면서 부동산 붐이 일어나 프리미엄까지 주고 상가를 구입한 사람들, 건설업에 종사하면서 공사대금조로 상가를 대물로 받은 공사업자들로서 매매나 임대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상가의 가격이 하락하는데다가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이자를 계속 갚아 나가야 하고, 정부의 부동산 억제 정책에 따라 높은 세율의 보유세를 부담하는 것은 물론, 관리비까지 납부해야 하는 실정이다.
둘째 : 속이 타 들어가는 것은 입주한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시설투자와 재료 구입 등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지만 하루 종일 사람의 그림자조차 구경할 수 없어 자기 자신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임대료와 관리비조로 보증금을 다 까먹고, 빌린 차용금에 대한 반환독촉을 받을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까? 다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 신도시와 구도시 인구의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신도시에 대중교통망을 확충한다. 신도시와 구도시를 순환하는 □字형의 모노레일을 건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구의 이동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둘째 : 완충 녹지의 일부를 해제해서 주차공간을 확보한다. 이들에게는 좋은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는 ‘행복권’보다 우선 죽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생존권’이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렇게 원하고 있다.
셋째 : 차라리 ‘보행자 전용거리’를 해제해 달라고 이들은 희망한다.
넷째 : 상품의 종류에 따라 취급하는 장소를 블럭화 또는 단지화 하는 등 상가의 재 정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의류도 숙녀복, 신사복, 아동복, 캐쥬얼 등으로 구분하고 스포츠용품, 전자제품, 화장품, 신발류 등으로 계열화 및 체계화해서 다양한 상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특색 있는 상가를 형성 시키므로서 쇼핑 문화의 새로운 명소로 부각시켜서 수도권일대의 쇼핑객들이 몰려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안산시가 주체가 되어서 품목별 상가를 지정하고 이곳에 창업하고자 하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전세 보증금등을 담보로 해서 창업자금을 대출해 주는 등의 세부계획을 세워 추진하는 것이 바람 직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고잔 신도시의 상가 문제’가 ‘안산 전체의 부실화 문제’로 확대되어서 반월공단의 공동화, 내지 부실화 문제와 맞물려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잔 신도시의 상가 및 사무실 빌딩에서 “임대료는 안내도 좋으니 관리비만 부담하고 사용하라”는 제의를 받고 이전해 가는 업체가 늘어가면서, 여기에 불경기가 겹쳐서 구·시가지도 공동화 와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지하화’문제로 10수년이상을 미루어 온 수인선을 비롯해서 신 안산선 및 안산을 통과하는 수도권 전철 건설을 앞당겨서 구매력을 가진 많은 수도권 사람들이 안산을 쉽게 찾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안산이 공업도시로서의 기능을 되찾고, 본란에서 제의한 관광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등 지역 경제의 활로를 찾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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