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동차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그래서 “집은 없어도 차는 있어야 한다”는 말도 간혹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자동차를 잘못 이용하게 되면 흉기로 변해서 귀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이른바 교통사고다.

나는 이런 교통사고를 큰 것만 세 번을 겪었다. 처음에는 근 1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면서 골절로 인한 상처는 거의 완치가 되었으나 망막에 손상을 입어 시각 장애자가 되었다.

마지막 3번째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바로 며칠 전이었다. 그날 아침 8시경, 사무실에 출근하기 위해 아내가 운전하는 승용차 뒷 자석에 자리를 잡고 올라앉았다. 아내는 위험하다고 한사코 운전석 옆에는 못 앉게 하고 조수석 뒷자리에 나를 앉혔다.

큰길 네거리에서 꼬리를 물고 좌회전을 하는 차량들 뒤를 따라 우리도 좌회전을 했는데, 앞에 진행하는 차들의 속도가 느려서 좌회전을 하는 동안에 교통신호등이 대기하는 차량들의 직진신호로 바뀌었다.

우리 차가 좌회전을 거의 끝내갈 무렵 우측 4차선에서 직진 신호등만을 바라보고 달려오던 승용차가 미처 우리 차를 보지 못하고 오다가 내 차의 옆면을 들이 받았다. 그 충격으로 정신이 아득하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으나 “이 상황에서 나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무의식 C보험 설계사를 불러 도움을 청했다.

아침식사 중이던 C씨는 대략 상황설명을 듣고 나서는 능숙한 솜씨로 필요한 조치를 했다. 우선 소방서 구조대에 연락해서 우리를 병원으로 후송했고, 병원에도 미리 연락을 취해 부탁을 해 놓았다. 그리고 차량은 정비공장으로 옮기는 등 M보험사 보상과 직원들과 함께 수습을 하고 경찰서에도 연락해서 행정조치까지 마무리를 지었다.

병원으로 이송된 우리는 곧바로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받았는데, 후송중인 구조대 차량, 원무과, 치료부서 등에서 교통사고이기 때문에 인적사항을 묻는데 주민등록번호도, 전화번호도, 통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 사이에 사고 수습을 끝낸 C씨가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보상과 직원들과 사고 현장과 차량의 피해상황을 면밀히 조사해 보았는데, 상대차가 정면으로 충돌 했으면 나의 피해정도가 상당히 심각했을텐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차를 받은 상대차 운전기사가 우리 차를 발견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핸들을 좌측으로 바짝 틀어서 정면으로 받지 않고 우리 차의 문짝을 긁으면서 측면으로 받았기 때문에 속도에 의한 충격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면서 교차로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대형사고가 많은데 정말 다행스럽다”고 위로해 주었다.

응급실에서 필요한 검사를 마친 후 입원 수속을 하고 병실로 옮겨졌는데 여러 모로 보살펴 주는 C씨가 더 없이 든든하고 고마웠다. 그로부터 4일간의 입원 치료를 받은 후 경과가 좋아서 “퇴원해도 된다”는 병원측의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간 통원 치료 후 책을 출판하는 일이 바빠서 사무실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저는 M 보험회사 보상과 직원입니다. 전화 받으시는데 지장이 없으시냐?”고 묻는다. “괜찮다”고 했더니 “건강은 어떠세요? 고생 많이 하셨죠?” 하는 인사말과 함께 그동안의 보험 처리 결과를 알려주었다.

우리 차 수리비가 230만원, 잘못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에 상대편 차를 정비해준 수리비가 946,000원 병원 입원치료 및 검사비가 270만원(2인 합해서) 합계 6,146,000원이 지불 되었고, 자동차 보험계약 사항에 의해서 운전자 보험금 상해보험금, 상해 의료실비, 후유장애 치료비, 그리고 위로금으로 입원 1일마다 2만원씩 4일분을 합해서 현금으로 4,249,000원(2인 합해서)을 나와 아내의 예금통장으로 각각 입금 완료 했다고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로 인해서 다음 자동차 보험 계약시부터 3년 동안을 30 몇 만원이 늘어난 할증료를 더 내시게 되겠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담당 보험설계사인 C씨가 설명을 드릴 겁니다. 아무쪼록 치료 잘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주세요” 그러면서 전화는 끝났다.

전에 자동차 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지만 이렇게 똑 떨어지는 결과를 보고 받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보험에 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보험에 대한 신뢰감을 느꼈다.

다음날, 나는 보험설계사인 C씨에게 점심을 대접하면서 “이번에 참 수고가 많았다. 고맙다”고 치하를 했는데 C씨는 “당연히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무슨 칭찬을 해 주세요?”하면서 겸손해 했다.
맞는 말이다. “당연한 일”을 모든 사람들이 하게 된다면 병원에 나일론 환자들이 왜 누워있을까?
“국민을 편하게, 잘살게 해주는 일”이 정치인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다. 그들이 이 당연한 일만 잘해준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좋은 사회로 변할까? 그러나 제가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걱정이다.

이재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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