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5일 만에 7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는 영화 해운대가 연일 화제다. 매년 100만 명의 피서객이 찾는 해운대에 쓰나미가 강타하여 발생되는 재난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관객에게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전하며 감동의 쓰나미를 몰아 오고 있다.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 속의 만식(설경구)이 연희(하지원)에게 속 시원히 자신의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상황과 재앙의 징후를 관청의 관리자에게 수없이 보고했음에도 이를 무시함으로써 수많은 피서객이 대피하지 못하고 파도에 휩쓸리는 장면에서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처음 선 보인 한국형 재난영화로서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플롯과는 사뭇 다르다. 각자의 삶과 인연에 대해 큰 이야기틀 속에서 재난이 어떻게 발생하고, 왜 피해가 더욱 심각해졌는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그런데 영화속의 안타까운 장면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한 픽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속에 살아있는 논픽션이라는 것에 심각성이 있다. 생각하기도 싫은 502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그 예이다. 눈으로 확인 될 정도의 균열과 비틀림 등 붕괴조짐이 사고전에 수없이 발견되고 보고되었음에도 장사속에 눈이 멀어 대피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대형 인명피해로 연결된 것이다. 대형사고 발생시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인재라고 하는 것이 모두 이런 사고 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교역국이며 조선, IT등은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안전분야에서만은 그렇치 못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OECD 국가의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단 67.5명으로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나라로 조사되었다. 그 동안 경제성장에 비해 안전에 신경 쓰지 못했음을 입증한다.

 과학적인 예측과 적절한 예방조치는 모든 사고와 재해를 피하는 첩경이다. 개인의 안전확보를 위한 예방조치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고예측시스템이나 안전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는 재난을 예방하기에는 완벽하지 못하다 해도 연간 수만명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나 재해를 예방하는데는 크게 모자람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나 경제성장으로 견주어 국제수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은 대형사고와 산업재해가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과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안전에 대한 의식의 문제이고 안전문화 미성숙의 문제이다. 준법질서가 바로서지 않는 한 교통사고를 줄이기 어려울 것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속도경쟁과 적당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산업현장에서 재해를 없애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안전을 모든 것에 우선하여 고려하는 생명존중의 이념이 안전문화로 정착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예측시스템과 방재설비를 갖춘다고 한들 이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안전을 학보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 복잡한 기술이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배워야 하는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저 알고만 있을 뿐이다.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고만 있을 뿐 사전에 조치를 취하지 않아서 발생할 재난이 얼마나 큰 인명과 재산손실로 돌아올 것인지는 당하고 나서 후회할 뿐이다.

사고와 재해는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다. 우리 모두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돌아보고 가장 소중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안전은 여기서 출발한다.

이충호 경기서부지도원장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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