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라는 '피해자가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입은 고통, 충격 등 정신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 때문에 다쳤다면 피해자는 상해로 인한 치료비와 더불어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료로 구할 수 있고, 재판상 이혼과 같은 경우 원고는 피고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위자료를 청구하게 된다.

그런데 위자료는 실체로서 보여 지거나 정확하게 측정될 수 있는 손해에 관한 것이 아니고, 이런 이유로 인정 범위나 그 액수는 일반인의 생각과 법원의 판단 사이에서 다소간의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갑은 급전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는 을의 부탁을 받고 다음 달 거래처 결제를 위해 준비해 둔 금 3,000만원을 빌려주게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을은 당초 약속과 달리 한달 후에 돈을 갚지 아니하였고, 갑은 거래처 결제가 지연됨으로써 노심초사 하였을 것이며 이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갑은 을에게 미지급 원금 3,000만원 및 그 이자와 더불어 채무 상환 지연으로 인한 위자료를 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재산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로 인하여 계약 당사자가 받은 정신적인 고통은 재산적 손해에 대한 배상이 이루어짐으로써 회복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고, 상대방이 이와 같은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59779 판결,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53865 판결,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5다213 판결 등 참조)'며 예외적인 경우에 있어서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사안의 경우 갑은 원칙적으로 원금과 더불어 지연이자를 지급 받는 것 외에 채무상환 지연으로 인한 위자료를 구할 수 없다.

또한 교통사고로 갑이 상해를 입은 경우, 갑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은 갑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동일한 부위에, 동일한 정도의 상해를 입은 다른 피해자인 을이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보다 클 수 있다. 그러나 갑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 정확히 환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고, 이런 이유로 법원은 각 개별사안의 특수성을 모두 고려하여 적정 위자료를 산정하지만,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와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통에 기초하여 산정한 위자료 액수는 차이가 날 수 밖에 없고, 갑과 을의 위자료는 주관적인 고통의 크기가 다를지라도 비슷한 금액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위자료 액수는 거의 비슷한 금액에서 인정된다. 그런데 최근 하급심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치료 중 사망한 어린 아이의 사안에서 통상적으로 인정되던 사망 사고 위자료 액수보다 증액된 액수를 위자료로 인정하였다.

이와 같은 판단은 신문보도에 따르면 어린아이 사망사고의 경우 재산상 손해액이 성년의 경우보다 적다는 것이 고려된 측면도 있지만, 이와 더불어 성년의 정신적 고통보다 사고로 인한 아동의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는 것 또한 인정된 듯 하고, 이러한 판단이 이례적인 하급심의 판단에 그칠 것인지, 향후 이러한 기준에 따라 위자료가 인정될 것인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