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행위는 소송주체가 소송절차를 형성하고 그 요건과 효과가 소송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행위를 말한다. 어렵게 설명하자면 이러하다는 것이고, 쉽게 말하자면 우리가 소송과정에서 취하는 행위 즉, 소를 제기하는 것, 증거를 신청하는 것, 화해를 하는 것, 소를 취하하는 것 등을 모두 소송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러한 소송행위에 하자가 있다면, 하자 있는 소송행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을은 사실은 갑에게 지급할 돈이 없으면서도 다음 달에 돈을 주겠으니 우선 소를 취하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이를 그대로 믿은 갑은 을을 믿고 소를 취하해 주었으나 나중에서야 을에게 속은 것을 알았다.

 이럴 경우 갑은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라는 민법 규정을 들어 종전 소를 취하한 것을 취소함으로써 소송을 종전 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표시주의가 관철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소송행위가 착오, 사태의 변화, 사기, 강박 등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의한 것이라도 민법에 의해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적인 경우, 형사책임이 수반되는 타인의 강요와 폭행의 의하여 이루어진 소취하의 경우는 이를 무효로 인정한 바 있다(위 예를 든 사안에서 갑은 을이 다음 달에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이유로 다시 소를 제기하거나 종전 취하한 소송을 다시 재개할 수는 있다).

 이처럼 소송행위는 일반적인 법률행위와 달리 취소나 무효 주장 자체가 쉽게 인정되기 어려운 것이고, 따라서 소송행위를 하기에 앞서서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형사사건에서의 고소취소도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종전에는 ‘합의서’를 제출한 고소인이 법정에 나와 고소취소의 의사가 없다고 증언하면 합의서의 제출만으로는 고소취소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으나, 최근에는 피해자가 합의서를 제출한 후 법정에서 출석하여 합의를 취소하고 다시 처벌을 원한다는 진술을 하였더라도, 고소취소 철회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근 판단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이 종전의 입장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형사사건에서의 고소취소 역시 당연한 것이지만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성식 변호사  moon2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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