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눈물은 거짓말이 심한 편이어서, 전혀 감정적으로 슬프지 않아도 분위기 때문에 나오기도 한다. 아마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그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슬픈 음악이 배경음악이 깔리고 주인공들이 뭔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으면, 일단 울 준비를 하고 있던 눈물샘은 돈이 아까워서라도 차가운 눈물을 끝내 비친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보면서 그렇게 본전 뽑는 마음으로 영화 관람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멋진 외모를 가진 두 주연 배우는 근사하게 어울리고, 공간은 우아하며, 이야기의 착상은 새롭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지루하다. 멜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감정적 파고도 남기지 않는다. 그건, 이 영화가 설정과 플롯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캐릭터와 감정을 소홀히 다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두 남녀는 사랑에 빠질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온 사람처럼, 상대를 보는 순간, 평생을 건 사랑을 확신한다. 이야기는 예정된 수순대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고, 약간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아픔까지도 미소로 받아내며 여유롭게 끝난다. 여기서 시련은 사랑의 완성을 위해 설치된 장애물에 불과할 뿐이다.  

 

아무리 SF적인 요소를 띤 영화라고 해도, 진공관 속에 들어있는 마네킹들이 사랑한다는 대사에 감정적으로 동요되기는 힘들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유는  그 속에 나온 등장인물들에게 최소한 나를 동일화 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생긴 그가 주말에 집에서 발톱을 깎는다거나, 예쁜 그녀가 문자를 보낼까 말까 망설일 때, 관객들은 그들이 하는 사랑에 마음 조여 한다. 그래서 좋은 극의 캐릭터는 사랑받을만한 구석이 전혀 없는 인물을 설정해 놓고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을 만큼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모든 것을 설명하는 드라마, 결국 모든 오해가 풀리고야 마는 이야기에서 현실성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인생은 설명되지 않는 이야기들의 집합체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오해를 감내하거나, 그것을 여전히 풀지 못한 채 살아가기 마련이다. 사랑의 감정도 명확하지 않고, 증오와 원망사이, 혹은 연민과 걱정 사이에서 시시때때로 변한다. 운명적 사랑의 힘이 지배하는 동화 속 해피엔딩 이야기는 고통까지도 사랑을 위해 감내해야할 피학적인 즐거움으로 묘사해버린다. 그래서 여주인공의 미소로 끝맺는 이 영화의 엔딩신이 어쩐지 불편했는지 모르겠다. 고통은 아무리 미화한다 해도, 결국 고통으로 존재할 뿐이다. 이별과 상실 앞에서 담담할 수 없을 만큼 우린 삶에 깊이 개입되어있다. 그것을 영화가 단순화 시킨다고 해서, 결코 위안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송보림 영화평론가  treehelp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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