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안산시의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신안산선 중간 추가 역 설치에 관한 건의안을 누가 대표발의 할 것인지를 두고 때 볼썽사나운 설전이 오갔다. 신안산선 잠정 확정노선 중 목감~성포 구간에 추가 역사 설치와 노선연장을 건의하는 내용의 엇비슷한 건의안이 세 건이나 동시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세 건의 건의안은 한나라당 이민근 의원과 민주당 송진호 의원, 안산시의회 제2차 안산광역전철의 효율적인 건설사업대책 특별위원회(위원장 김동규, 이하 광역전철특위)가 각각 따로 접수했다. 일부 운영위원회 의원들은 이날 “관례상 먼저 접수된 안건이 우선”이라며 “가장 먼저 이 건의안을 접수한 이민근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대로 통례상 내용이 같거나 엇비슷한 안건이 동시에 접수되면 협의해 안건 접수를 철회하는 것이 맞다. 또 접수 전에 이미 이런 내용의 협의가 의원들간에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의회 구조다.

◆관례에 눌린 특위 구성의 목적

하지만 이 문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들의 주장이 본질에서 한참 비켜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이 문제와 관련 안산시의회는 지난 3월 수인선 복선전철사업 대책 특위를 좀 더 포괄적으로 논의하자며 광역전철특위로 이름 등을 변경해 구성을 승인했다. 한마디로 특별위원회를 통해 광역전철 유치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다뤄보자는 게 의회 전체의 뜻이었다.

20일 의안 접수를 바로 앞두고 광역전철특위가 소집돼 건의안을 다룬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이 특위를 통해 충분히 공통된 건의안을 만들 수 있었는데도 대표발의에 대한 욕심 때문인지 의원 개별로 안건을 접수한 게 볼썽사나운 설전을 키웠다. 게다가 가장 먼저 안건을 접수했다는 이민근 의원은 광역전철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당사자여서 이 문제를 특위 안에서 충분히 풀 수 있었는데도 개별적으로 건의안을 접수한 배경이 뭔지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특위를 제외하고 개인별로 건의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의 면면을 보면 본질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쉬워진다. 이민근, 송진호 의원 모두 신안산선이 통과하는 상록구(을) 지역을 선거구로 두고 있다. “누가 안건을 먼저 접수했는가”가 다툼의 본질이 아니라,  “내가 본회의장 단상에서 이 건의안을 발표로 발의해 나름의 ‘치적’으로 보여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속내가 읽힌다. 애시당초 건의안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 수순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고 이야기도 하지 않은 것에서도 같은 속내가 엿보인다.

◆본질 가려진 개인의 치적 욕심

물론 해당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에 소속되지 않았어도 의원 개인의 소신에 따른 안건 발의는 자유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그런 소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엄연히 논의의 장이 있는데도 개인의 욕심이 더 먼저 작용한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건의안을 누가 작성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만약 문제가 있거나 추가할 내용이 있다면 본회의장에서 수정을 건의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례와 순서를 따지던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안산시의회의 이름으로 발의하자”며 얼버무리듯 끝매듭에 급급했다. 하지만 대표발의자는 기관(안산시의회)  명의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의회사무국도 난감한 눈치다. 누구를 대표발의자로 세울지, 또한바탕 의원 전체의 명분 싸움으로 번질 조짐이다.

건의안은 누가 대표발의를 하던지 본회의장에서 채택되면 안산시의회 전체의 의견으로 효력을 갖는다. 대표발의자 문제 하나를 두고도 설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 과연 시의회가 시민 전체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협의 보다는 굳이 접수 순서만 따지겠다면, 안건을 접수하는 의회사무국 내에 ‘번호표’ 뽑는 기계를 설치하는 게 낫다.

최영석 기자  photojk@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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