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9월이 시작되기 무섭게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강타했다. 지난 2일 새벽, 인천 강화도에 상륙한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거쳐 오전 10시 50분쯤 강원도 고성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아직도 기억에 씁쓸한 태풍 매미, 프라피룬, 루사 뒤를 이어 관측사상 최대순간풍속 4위를 기록할 만큼 곤파스의 위력은 짧은 시간 동안 굉장했다.

가로수가 힘없이 뽑혀 널브러지고 간판과 구조물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떨어져 나뒹굴었다. 이웃 시흥시에서는 주민이 강풍에 날아온 구조물에 맞아 소중한 생명을 잃기도 했다. 차도로 널브러진 가로수와 전신주로 버스와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어 출근길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학교 등교 시간도 2시간 늦추는가 하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까지 하는 학교도 속출했다.

우리의 삶의 터전인 안산도 태풍 곤파스의 피해가 컸다. 뿌리째 뽑힌 가로수와 쓰러진 전신주로 인한 출근길 정체, 마치 폭격을 당한 듯 파손된 간판과 유리창, 과수단지의 떨어진 과일들 그리고 정전으로 인한 많은 불편….

안산시는 1일 오후 6시, 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설치하고 2일 새벽 3시경 태풍 주의보발령, 오전 6시경 경보발령과 함께 전 직원 비상대기를 명했다.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안산시 전 공무원이 동원되어 복구에 구슬땀을 쏟는 모습은 공무원의 표상처럼 보이기도 했다. 복구사업이 한창인데 때늦게 찾아온 무더위로 복구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기상청은 9월 첫 폭염특보를 내리고, 13년만에 찾아온 가을 폭염이라고 했다. 지구도 이젠 굉장히 뿔난 게 분명하다.

눈에 보이는 피해복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지만, 그 후유증은 만만치가 않아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것은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올봄 냉해와 늦장마의 영향으로 이미 많이 오른 데다, 태풍 곤파스의 피해까지 더해져 고공행진을 멈추질 않아 서민들의 주머니를 오그라들게 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주요 산지에서 거래된 시금치 한 단 가격은 4천원으로 전날보다 8%, 작년 이맘때보다 122%나 올랐고, 열무 한 단은 5천5백원으로 하루만에 41%, 전년보다는 240%나 올랐다고 한다. 대형마트 진열대의 채소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과 함께 돌아서는 주부들의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추석 명절이 다가오는 지금, 서민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다.

요즈음의 태풍은 지구의 온난화로 인해 점점 무섭게 변하고 있다. 태풍은 중심 최대풍속이 17m/s 이상이며 폭풍우를 동반하는 열대저기압을 가리키는 말이다. 북태평양 남서부에서 발생하여 아시아 동부로 불어오는 태풍은 세계기상기구(WMO)가 최대풍속에 따라 4계급으로 분류하고, 열대성폭풍부터 태풍의 이름을 붙인다.

1953년부터 태풍에 매년 발생순서에 따라 일련번호를 붙여 제 몇 호 태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괌에 있는 미국태풍합동경보센터에서 태풍의 이름을 23개씩 4개조 총 92개로 구성하였다. 태풍의 이름을 알파벳순으로 미리 만들어 놓고, 발생순서에 따라 하나씩 차례로 사용하여 왔다.

1978년 이전에는 태풍의 이름을 여성의 이름만 사용하였으나, 각국 여성단체의 태풍에 여성의 이름만 붙이는 것은 성차별이라는 항의로 남성과 여성의 이름이 함께 사용되었다. 2000년부터는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태풍에 대한 관심과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 각 국가별로 제출한 10개의 이름을 순차적으로 적용,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제출한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수달,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나비이다. 태풍 이름 속에 약한 태풍으로 우리나라를 통과하기 바라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태풍 곤파스는 일본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컴퍼스를 의미하고, 우리나라 남부를 통과하고 있는 제9호 태풍 말로는 마카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구슬을 의미한다. 태풍 말로도 제주도와 우리나라 남부해안에 폭풍해일주의보까지 내리며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가는 태풍의 가장 큰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으로 꼽고 있다. 태풍 곤파스가 제트기류를 타고 우리나라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태풍은 언제 또 무섭게 변해 몰려와 우리를 불안에 떨게 할지 모른다.

평소 태풍 발생시 국민행동요령을 잘 숙지하는 것도 태풍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라디오·TV 등에 의한 기상예보 및 태풍상황 청취, 평상시 하수도 및 배수로의 정비 점검, 상습침수지역과 노후가옥 그리고 산사태 등에 대한 수시 점검 및 정비를 생활화해야 태풍으로부터의 피해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점점 무서워지고 있는 태풍, 따지고 보면 우리 인간이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과응보라 하겠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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