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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제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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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봉우리가 독수리를 닮았고 한때 유명한 인물들을 배출한 탓에 산아래에 비봉혈(飛鳳穴)에는 안산읍성을 쌓고 관아지로 정했다고 한다. 30여분 정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최근에 조성한 전망대가 숨가쁘게 올라온 등산객을 반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사방에는 북동쪽으로 관악산, 북쪽으로 소래포구, 북서쪽에는 시화호와 안산을 대표하는 반월공단과 고잔 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처럼 우리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 수암봉의 현재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등산로 입구 왼쪽에 버티고 있는 흉물스런 건축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누군가 비정상적인 건물을 짓다가 안산시에 의해 공사가 중단된 것이라지만 등산객들 눈에는 곱지가 않다. 항간에는 식당용도였다는 얘기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주택으로 사용하려 했다지만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수암봉 등산객의 최고 안식처로 평가받는 일명 소나무 숲길은 어떠할까.
유난히 무덥던 지난 여름, 서늘한 바람을 우리에게 선사하던 수십년된 소나무 수십 그루가 싹뚝싹뚝 잘려 나간채 처량하게 방치되고 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등산로는 엉망이고 콧속으로 들어오던 온갖 솔잎향기는 어디론가 사라진채 톱날에 생명다한 가녀린 신음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오가는 등산객마다 잘려나간 나무뿌리 앞에서, ‘이게 웬인이란 말인가’하고 탄식하면서, 누구에 의한 것인지 그들을 향해 증오하고 있다.
수암봉의 이 같은 시름은 과연 이뿐인가.
태풍 곤파스가 지나간지 20여 일이 지났건만 아직까지 바람으로 꺾이고 찢기로 뽑혀진 나무들이 이곳저곳에 쓰러져 나뒹굴고 있다. 뿌리의 속살을 앙상히 드러낸 나무들은 한눈으로 하늘을, 한눈으로는 자신이 팽개친 사람들을 향해 원망하면서 슬픔에 잠겨있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이나 매장을 해서 고인을 애도하고 처리하는 법인데, 처참히 쓰러진 나무들은 언제까지 이대로 등산객의 눈요기감으로 놔둘것인가.
수암봉 정상을 비롯, 등산로 2~3군데서 막걸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잡상인도 보는 시각에 따라 설왕설래 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나 비위생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등산객의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산악사고가 염려되고 있다는 여론이 제기된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숨가쁘게 올라온 등산객이 마시는 시원한 막걸리 한 두잔은 땀을 식히는 보약과도 같아서 별상관 없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필자 역시, 수암봉을 산행할때면 일행들과 막걸리 한잔은 꼭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습관이 돼버렸다.
지난번 일행들과 나눈 수암봉 막걸리의 우려론과 예찬론을 살짝 옮겨보았다.
A(여·45 은행원)씨는 수암봉 정상에서 마시는 옥수수 막걸리는 입속에서 뱃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명약이나 다름없다며, 막걸리 아저씨가 없다는 것은 상상할수 없다고 적극 옹호한다.
B(52·남 산악회 산행대장)씨는 산행중에 땀을 많이 배출해 막걸리 등 수분이 당기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한잔이 두잔, 두잔이 세잔으로 이어지면 산행사고를 볼러올수 있다고 경고한다.
C(여·47 공무원)씨는 한때 산행중에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을 가졌는데 어느날, 산행 중간에 막걸리를 마셔보니 그리 좋을수가 없다며 지금은 꼭 막걸리 아줌마를 만나야 할 정도라고 한다.
막걸리 논란은 그렇다치더라도 앞서 지적한 사항은 수암봉과 수암봉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도 안산시의 발빠른 조치가 있어야 할듯 하다.
최제영 시인/기호일보 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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