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유년시절 고샅길을 뛰어다니며 불렀던 동요가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떠오르곤 한다.
‘~ 앞에 가면 도둑, 뒤에 가면 경찰/ 앞에 가는 도둑, 방귀 뀌지 마라/ 뒤에 가는 경찰, 기분 나쁘다.’라는 <앞에 가면 양반> 전래놀이동요 중 일부이다. 유년시절 코흘리개 남자아이들에겐 멋진 제복의 경찰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10월 21일은 제65주년을 맞는 경찰의 날이다. 1948년 10월 21일, 미군정으로부터 경찰의 운영권을 이양 받아 경찰권 회복을 기념하기 위해 정한 날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활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공무원 조직이다. 따라서 그 업무 범위가 정보, 수사, 형사, 교통, 방범, 경비, 보안, 해양, 항공 등 다방면에 걸쳐 국민들을 보호하기에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가 언제부터인가 정권의 지팡이, 폭력 지팡이, 비리 지팡이라 비하되고 있어 경찰의 날에 즈음하여 만감이 교차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는 도덕 불감증에 빠진 일선 경찰관들의 비위 사례가 적나라하게 폭로되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찰관 비위는 2008년 801건에서 작년 1169건으로 약 30%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818건이나 발생하여 비위 근절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태이다.

현 정부 들어 법질서확립을 경찰의 중점과제로 선정, 추진 중인 가운데 정작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어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전국 16개 시·도별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경찰의 법 집행과 국민들의 준법에 관한 내용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찰의 법집행 공정성 63.5점, 청렴도 부문 62.4점으로 나타나 경찰의 신뢰도가 좋지 않게 나타났다.

게다가 국민의 준법의식 수준은 경찰에 대한 신뢰도보다 더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인터넷상 법질서 수준은 40.2점으로 국민이 가장 무질서하게 생각하는 영역으로 꼽혔고, 생활 주변 기초질서 지킴과 집회·시위 관련 법규 지킴도 각각 47.5점과 47.6점으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경찰청의 지난해 준법에 관한 설문조사는 경찰의 현주소와 우리 국민의 준법의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알면서도 못 고치는 것은 죄악과 같은 것이다. 경찰은 국민들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함은 물론, 국민들은 준법정신을 구구단 외우듯 체질화해야 할 것이다.

안산 시민의 생활과 재산을 보호하고,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고생하는 상록경찰서와 단원경찰서의 업무추진 능력이 단연 돋보인다. 그 실례로 지난해 안산상록경찰서는 경기도내 우수경찰서로 선정되어 영예로운 표창을 받았다. 게다가 강력형사팀은 도내 1위 으뜸형사팀으로 선정, 특별승진과 특별승급 및 개인표창을 받아 타경찰서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이러한 영예로운 수상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직무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해부터 주민들 속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경찰서 운영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조선족, 베트남, 파키스탄인 등 27개국 3만여 명의 외국인이 집단으로 거주하고 있는 원곡동 소재 <외국인다문화거리광장>에서의 이동경찰서 운영은 외국인들에게 더없는 믿음을 주었다.

생활고에 힘든 외국인들을 위해 그들 속으로 들어가 민원 상담을 해주며 문제 해결을 하는 경찰의 모습이 참 믿음직스럽다. 안산의 두 경찰서가 우리나라의 선진경찰서가 될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10월 21일 경찰의 날엔 경찰공무원 및 관계관이 참석, 민주경찰의 사명감 고취에 관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이날 경찰 표창규정에 의해 현저한 공적을 세웠거나 국가이익에 기여한 경찰 공무원에겐 표창을 수여한다. 정권의 지팡이로 외면당하고 있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로 다시금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심기일전할 수 있는 경찰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경찰의 비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 아래에는 박봉을 쪼개가며 음지쪽에서 고생하는 이웃들을 위해 남모르게 봉사하는 경찰관들이 많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솔선수범하는 민중의 지팡이들이 많기에 이 사회의 질서가 유지되고 우리는 안전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의 날에 우리는 연례행사처럼 박수만 보낼 것이 아니라 정부는 경찰공무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에 끊임없이 노력을 해야 하며, 국민들과 경찰은 더욱 가깝게 친근한 이웃처럼 다가가야 할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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