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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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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돌아가신 우리아버지는 전형적인 농부였다. 외양간에는 소를 키우셨고 돌담내부는 닭들과 강아지들의 천국이었으며 대문간에는 땔감나무들이 항상 수북히 쌓여있었다.
우리 시대의 모든 아들 딸들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자녀인 우리 7남매, 누구 할 것 없이 나무하고, 꼴베고, 풀뽑고 하는 일이 공부보다 우선이었으며 추수의 계절이면 벼, 보리는 물론 고구마와 감자를 이고 지고 날랐으며 10리길의 방앗간까지 가는 일도 숙명으로 여기고 살았고, 말없는 아버지였지만 그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까봐 자녀들은 큰소리 내며 싸움조차 제대로 못했으며, 그 분을 실망시킬까봐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하며 우리가 한 공동체임을 확인하며 자라왔다. 그리고 나이가 차며 뿔뿔이 흩어져 나름대로의 자리를 잡았고 우리 집안의 중심인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났지만 기일이면 당연히 7남매 모두가 함께 자라난 시골에서 만나 옛날의 우리로 되돌아간다.
고위공직자출신에 지역명망가이셨던 만큼 이름이야 알고 있었지만 내가 조원칠 회장님을 본격적으로 뵌 것은 1995년 여름이었다. 경기도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한 최영덕 회장(당시 안산시의회 부의장)의 선거를 도우면서 단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젊고 유망한 젊은 친구”라는 이유하나로 선거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새까만 후배들인 도의원들을 만나러 경기도 전역을 방문하는 열정을 보며 개인적으로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신문사 사장 제의가 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 단도직입적으로 내가 드린 대답은 “절대로 맡아서는 안된다”였다. 마른땅에 물붓기로 표현되는 지역언론의 운영 실태를 익히 경험한 나로서 이 답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검소한 조회장님께 드리는 최대한의 조언으로 생각했지만 1년이 흐르고 2~3년이 흘러가면서 내가 정말 조회장님의 능력을 과소평가했음을 실감했다.
인적인 인프라구축을 통한 지역발전과 신문사의 발전의 병행, 그리고 삶의 지혜를 토대로 젊은 사람들에 대한 조언, 과거공직경험을 토대로 지역사회의 발전방향에 대한 비전 제시, 그리고 모든 사람을 소중히 타고난 품성과 상대방에 대한 칭찬에 조금도 인색함이 없는 원로로서의 탁월한 생활습관 등으로 명절 즈음의 사무실에는 더 좋은 한해를 바라는 사람들로 줄을 잇고 있을 만큼, 우리지역 안산에서 만큼은 새로운 역사를 펼쳐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우리시대의 아버지들이 집안의 기둥이라는 탄생적 요인으로 얻은 권위라면 조원칠 회장의 경우 본인의 역량과 주변 사람들의 인정에 의해 서서히 얻어온 결과물인 만큼 이 자체로도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지만 이러한 활동이 개인적인 이익이나 일부집단이익, 신문사만의 이익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들의 공동이익, 안산지역사회의 발전을 연관시키는 혜안을 가지고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더 큰 존경을 드리고 싶다.
부모의 권위가 무너지고 각자의 이기적인 판단에 의해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면 그 집안에서 희망과 행복을 찾아보기 힘들다. 시대적 대세나 전체의사에 상관없이 개인의사나 소수의사, 그리고 정략적인 판단을 사회 정의인양 포장하여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사회는 구성원이 실망과 좌절까지 느껴 지역사회에 무관심까지 가져오게 되어 서로를 냉소하게 되는 악순환을 가져오며 결국은 부패로까지 이르게 마련이다.
가정이나 사회가 평온속에서 희망을 가지며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신적인 리더와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제 3자는 공평하며 경험까지 있다면 정의롭기까지 한 만큼 지역사회에서 원로의 역할은 크다 아니할 수 없고, 지역의 중추적인 신문 또한 이러한 역할을 해내야하는 것이 사회적 책임인 만큼 23주년을 향해 나아가는 안산신문, 이제는 지역의 중심축으로서 과거와 미래의 비전을 가슴에 담아두고 이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며 잘못된 부분을 과감히 꾸짖고 잘된 부분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 그런 신문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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