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연 논설위원

5월 한 달을 가정의 달이라고 표현한다. 2011년 5월에는 1일부터 노동절. 어린이날. 어버이 날. 석가탄신일.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단위의 날들이 많이 있는 달이다. 이중에서 어머니를 부르지 않고 어찌 5월을 맞이 할 수 있고 어찌 보낼 수 있는가?

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머니... 그 이름만 듣고 생각해도 가슴이 울컥 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2008년 중국에 지진이 일어났을 시 우리를 아프게 하면서 감동을 주었던 보도가 생각난다.
한 젊은 여성이 윗옷을 머리위로 벗어 흙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막고 자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생후 백일 가량 된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불그스레한 얼굴로 죽은 엄마의 젖을 물고 있었다. “엄마는 자기는 죽더라도 아기는 얼마동안은 자기의 젖을 먹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자식을 지켜낸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이 우리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준 것이다.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이와 같을 것이다.

빅토르위고의 소설 “Ninety-three”에 나온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프랑스 혁명 이후에 프랑스는 큰 혼란에 빠졌고 모든 백성이 빈곤에 허덕였다. 그때 어떤 부대 하나가 이동 중 어느 숲을 지나게 되었다. 그 숲에는 굶주림에 지친 엄마가 세 아이를 데리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본 어느 병사가 불쌍히 여겨 빵 한 덩어리를 던져 주었다. 세 아이의 엄마는 지체 없이 이 빵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서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젊은 병사는 “저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은가 보죠? ”라고 묻는다.

빵을 던져준 상사는 “그게 아니야. 어머니기 때문이야”라고 말을 합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다. 자신은 굶으면서도 자식에게는 준다. 자기 입에 들어간 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빵 한 조각을 먹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더 크게 기뻐하며 행복해 한다. 그것이 어머니다.

과거 철없던 시절의 우리는 남루한 옷차림과 까맣게 그을린 어머니는 언제나 부끄러움의 대상이었던 시절이 많았다. 운동회에 어머니가 학교에 오면 친구들이 우리 어머니를 알세라 쉬쉬하던 시절이 있었다. 금테 안경을 낀 시내의 높은 양반들의 부인이나 교장선생님 사모님의 품위 있고 단정한 모습에 비교하기 싫었던 것이다.

방학이 끝나서 서울로 올라갈 때마다 집 앞에서 떠밀다시피 못 따라 나오게 말렸던 것은 어머니를 생각했던 것이 아니었다. 읍내의 친구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초라한 어머니의 모습을 들키는 게 싫어서 였을 것이다. 뜀박질 하다시피 버스에 올라 안도의 한숨을 내 쉰 것도 잠깐, 어느 사이 어머니는 버스차장밖에 와계셨고, 버스안의 여학생이 알아차릴까 하는 마음에 딴청을 부렸던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철없던 시절의 가슴 아픈 불효가 아닌가….

어른이 되어서도 냉장고 속에서 잠을 자게 될 음식을 한 가지라도 더 싸주시려는 어머니와 굳이 그러실 필요 없다는 자식들과의 줄다리기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심리전 인 것이다.

평소 말썽부리고 속 썩이며 불효를 하고 있는 사람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어머니를 찾는다. 사업하다 부도난 아들이 맨 먼저 찾는 곳도 어머니의 품이다. 포위망이 좁혀 들면서 궁지에 몰린 탈영병이나 탈옥수가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것 역시 땀 냄새 나는 어머니의 품이다. 경찰과 대치중인 인질범을 설득 하는데도 틀림없이 어머니가 동원된다.

이러한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기는 커녕 되려 어머니를 서운케 하거나 짐으로 살아가는 우리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머니에 대한 나의 마음 씀씀이는 어느 정도일까? 부끄러움으로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일 게다. 5월 한달이라도 한통의 전화라도 더 드리고, 술값, 담배 값으로 작은 선물 보내드리는 건 어떨까? 만약 가까이 사신다면 찾아가 고맙다며, 감사하다며, 사랑 한다며 꼭 한번 안아 주시면 “징그럽게 왜이래?”하시며 겸언쩍어 하실 어머니가 눈물 속에 아른 거린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라는 장편 소설이 생각나는 5월. 어느 라디오프로그램의 독자 편지가 어머니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 하여 인용해 본다.

“신이 세상 구석구석 모든 사람들을 찾아 갈 수 없기 때문에 이 세상에 어머니를 만들어 주셨다”

김제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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