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규 논설위원

#. 엽서의 제국 홀마크

미국 네브래스카 주에서 평원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7살 때 어머니와 3형제를 두고 아버지가 가출하여 샌드위치를 만들어 팔며 생계를 유지해온 조이스 클라이드 홀. 그는 ‘사람과 사람을 소통과 교감을 불러일으키는 최고의 메신져’는 엽서이고 “정성껏 쓴 엽서는 반드시 기적을 일으킨다”는 생각으로 캔사스시티행 기차에 몸을 실은 때가 그의 나이 18세 때였습니다.

우편 주문 방식으로 엽서를 팔아 성공하겠다는 꿈을 실현하기위해 그림엽서의 우편판매를 시도하였으나 30%는 반송되었으며 그나마 40%는 돈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실패를 경험으로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때 봉투에 넣어서 우송할 수 있는 고급스러운 카드를 기획하고 빚을 얻어 제작하여 팔리기 시작할 무렵, 뜻밖의 화재로 창고가 모두 불타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절망을 딛고 형제들과 힘을 합쳐 설립한 것이 현재 연 42억 달러의 매출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중의 하나인 ‘홀마크’입니다.

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수단, 카드는 주고받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일 뿐만 아니라 대화나 전화로 전달이 부족한 감사의 마음, 위로의 마음, 사랑의 마음을 전달 할 수 있는 매신저로서 이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는 일념하나로 미국의 팬시카드 시장을 개척하였습니다.

카드를 활용하여 사람의 진심을 전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한 목표로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을 보인 결과 ‘반가운 마음에 서로 껴안거나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을 ‘홀마크 모멘트’로 칭하는 대중적인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수익금의 사회적 환원은 물론 캔사스시티에는 비지터스 센터를 설치하여 “근사한 선물보다 더 진한감동과 행복을 주는 것이 한 장의 카드”라는 생각으로 카드제작을 희망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들여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까지 실천하고 있습니다.


#. 명작보다 더 훌륭한 엽서첩

활달하고 쾌활하여 뒷 끝이 없고, 봉사정신이 탁월한데다 음식솜씨까지 좋아 우리단체에서는 행사를 시행할 때 그녀를 우선 쳐다봅니다. 말부터 맛깔나게 하여 같이하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즐겁게 만들어주는데다. 손까지 푸짐하여 인심까지 넉넉함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보물 1호는 엽서첩입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관광지에서 구입한 그림엽서를 시작으로 모아왔지만 인터넷을 이용하여 관광지의 사진을 누구나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시점 이후에는 스토리가 적힌 카드 모으기로 바꾸었습니다. 생일, 연말연시 등이면 그녀는 어떤 때보다 바쁩니다.

“제 생일 언제인지 아시죠? 작년에 이런 내용의 엽서를 보내주셨는데 지금도 잘 읽고 있어요. 올해도 좋은 내용 부탁드려요~”

웃는 목소리에 진심이 보이는 이 전화를 받으면 정말 고민입니다. 어떤 내용을 쓸까? 피할 길은 없을까? 하다가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그녀를 생각하면 별 수 없이 문구점을 가서 카드를 구입해야하고 몇 글자 적어서 줄 수밖에 없습니다.

엽서를 모으는 일,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발한 취미이며 정말 기분 좋은 취미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엽서 자체에 대한 미적인 감각은 별도로 하고라도, 기념일에 대한 새로운 각오와 추억, 짧은 글이겠지만 정성을 다한 글과 내용, 카드를 받는 순간에 가지는 호기심, 읽으면 읽을수록 생기는 상대방에 대한 정(情), 이런 다양한 엽서의 장점들을 생각해보니 시샘까지 나는 취미입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몸을 사리지 않고 봉사하고, 가족과 어른들을 챙길 줄 아는 이러한 성격도 아마 엽서를 준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에서 출발 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아무리 좋은 세계적인 명작이라고 해도 이만큼 신나고 행복한 내용의 작품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천금 가치의 카드선물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내 친구는 가난하게 살다보니 남에게 진 빚이 많다고 하소연입니다. 그에 대한 답례로 명절이 다가오면 지인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여 생각해 낸 것이 그가 시골에서 직접 농사를 지은 고사리나, 밤, 취나물 등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한때 햇밤을 직접 주워 그 자리에서 카드에 글을 적어 택배로 보냈는데 내가 받은 어떤 선물보다 값어치 있어 감사하다는 전화를 주었었는데 이번에는 더 값어치 있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내용물도 내용물이지만 그가 직접 붓으로 쓴 카드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의 작은 아픔에 귀하고 큰 성의를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산짐승밖에 살지 않는 지리산 자락의 깊고 깊은 소나무 숲의 짙은 그늘에 제가 직접 산삼의 씨를 뿌렸지만 자연이 가꾸어준 5년이 된 산양삼을 답례의 선물로 준비하였습니다. 병원으로 저를 찾아주신 성의에 비해 부족하기 그지없고, 나름대로 좋은 놈들을 골라서 담기는 했습니다만 미흡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건강에 각별히 유념해달라는 저의 성의로 드리는 작은 표시라 여겨주시기를 바라오며 삼가 드립니다.”


#. 오늘, 행복을 기록해요

또 한해가 가 버린다고 /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보다는 /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 한해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 장 /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한해를 마무리하는 마음을 적은 이해인 수녀님의 시의 내용이 우리나라의 카드문화를 보여주듯 1년에 한두번 정도인 우리와는 달리 미국의 경우 홀마크와 같은 재벌을 만들어냈을 정도로 일상화 되어있으며, 유럽의 경우 “카드가 없으면 선물이 아니다”고 할 정도이고, 영국인들의 경우 선물보다는 카드를 중요시하여 카드를 전시해둔 후 지인을 초청하여 자랑을 할 정도로 일반화 되어있습니다.

오늘 그간 망설여온 두고두고 볼 수 있고 볼 때마다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한 장의 엽서를 보내봅시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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