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설사 소비자들인 국민들이 약물오남용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한들,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의 유죄판결이 분명히 보여주듯, 1차적인 책임은 약물오남용을 조장 또는 방치한 의료계에 있습니다.

비록, 최근 공익광고에도 등장하는 대로,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약물사용평가(Drug Utilization Review, DUR)’가 시행되고는 있으나, 현재는 아직 시범운용단계입니다.

약물오남용은 여러 가지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문제들을 초래합니다. 첫째는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하여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고, 둘째는 부적절한 약물복용으로 국민들의 건강이 더욱 악화됩니다. 그런데 여타의 이유들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우리 몸속의 세균들의 ‘내성(耐性)’이 점점 강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지금은 A라는 약제를 10mg만 써도 병을 다스릴 수가 있는데, 나중에는 A라는 약제를 1g 이상 투약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약제에 대한 세균들의 내성이 강해지다 보면, 결국 아무런 약제도 다스릴 수 없는 ‘슈퍼 박테리아(다제내성균)’, 일명 ‘슈퍼버그’가 생겨납니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가 지난 17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슈퍼버그 때문에 K폐렴구균에 감염된 유럽 패혈증환자의 절반은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항생제인 ‘카바페넴’으로도 치료가되지 않습니다. 이 슈퍼버그는 2009년 발견된 이래 불과 1년만에 유럽을 휩쓸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치명적인 신종 슈퍼버그 ‘NDM1(뉴델리메탈로베타락타메이즈1)’에감염된환자가 70명에 달하는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크게 확산된‘슈퍼버그 E콜리대장균’환자의 25∼50%는최고의 대장균 항생제인‘레바퀸항생제(플루오로퀴놀린)’로도치료가되지않습니다. 그 결과 유럽연합(EU)에서는 한해 약 25,000명이 슈퍼버그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있으며, 특히유럽국가들 중에서도 항생제 남용률이 높은 그리스, 키프로스, 이탈리아, 헝가리, 불가리아 등이 큰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유럽각국들은 이 슈퍼버그의 피해를 막기 위하여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률이 세계 최고인 우리 한국이 이런 위험에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돼지나 소에 항생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축산농가와 주변의 슈퍼박테리아는 4년전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입법기관을 비롯하여 관련부처 당국자들은 느긋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관련부처 당국자들의 노력이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관련부처가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일부 의학 전문가들은 이 ‘슈퍼버그’에 대한 언론 기사들이 너무 선정적으로 왜곡, 과장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이 ‘슈퍼버그’들은 일반 박테리아보다 내성이 좀 더 강할 뿐, 여전히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약제와 의료기술이 존재한다고 그들은 주장합니다.

사실 저 같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는 어느 쪽 말이 더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를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정책당국의 깊은 속사정도 당연히 모릅니다. 하지만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지난 3월 일본대지진 당시의 일본정부처럼 무조건 ‘괜찮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 막아서도 안 되고, 반대로 현실을 무책임하게 과장하여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것도 안 될 일입니다.

안 그래도 최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희귀성 폐질환 때문에 전국이 공포에 떨었는데, 이처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의료문제에 대해서는 정책당국의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정책수립과 아울러 효과적인 대국민 홍보와 설득이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게 해주는 정부가 ‘좋은 정부’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sangeun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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