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허물기를 탄생시킨 주역은 대구삼덕동의 김경민씨이다.

전세를 살면서 집주인을 설득하여 담장을 허물어 어린이놀이터로 만든 역사적인 현장을 보면 거의 다수가 실망한다.

대규모 콘크리트구조물에 익숙한 평범한 우리에게 어린이 놀이터, 병마개·옹기·셀로판·도자기·진흙·동전·톱밥등을 사용한 벽화, 그리고 안쪽에 위치한 (사랑방 같은)미술관, 문화센터 등의 외형이 소꿉장난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장을 허문 대구 삼덕동의 작은 실험이 찬사를 받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은 다양한 요소들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을 공유하고자하는 공동체정신, 주민들과 아이들의 참여에 대한 실험, 새로운 것을 구상하여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하는 정신, 이웃에 대한 설득과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노력, 우리 사회가 밀어낸 청소년들을 감싸고자하는 배려 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웃과의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정신과 ‘희망과 상상력’으로 가시적 성과에 치중하기보다는 의사결정의 과정충실, 주민 모두를 우선시하고 인내와 설득으로 전체를 아우르고자하는 기본정신, 삶터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정신은 주민자치를 추구하는 우리삶터의 현실에서 반드시 참고해볼 요소들이다.

우리 지역을 대상으로 이러한 실험이 이루어질 수 있는 지역은 얼마든지 있다. 단지 이를 추진하는 주인공이 없을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삶터를 아름답게 꾸며나가는 주인공들의 등장으로 우리지역의 모든 삶터가 점점 푸르르 가는 삶터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아파트단지에서“고향 만들기 운동”을 추진한 대표적인 지역이 부산금정마을이다. 1992년 12월 금정산에 등산과 운동을 다니던 이웃들이 한집에 모여 음식을 나누면서 ‘정다운 이웃·살맛나는 마을’을 만드는 방법을 논의하기 시작하여 93년 1월 10가구(19명)가 ‘금샘 사랑방문화클럽’이 창립했고 97년 8월부터는 문화교실도 열었다.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금샘마을 단오잔치’(2011년 올해 15회째)를 개최하며 풍물놀이, 경로잔치, 대동놀이, 건강마라톤, 민속춤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진행하며 참여인원의 규모는 500명~2,000명 정도이다.

그리고 매년 11월에 ‘문학의 밤’을 개최하여 자작시와 애송시를 모아 낭송도 하고 시집도 만들고 전문시인을 초청하여 강의를 듣기도 한다.

어느 지역이든 마을지도자가 존재하듯 금샘마을의 추진 주역은 부산대학교의 황한식 교수이다.

‘마을에서 놀자’는 생각과 소탈하고 붙임성 있는 그의 성격이 이것이 이웃들끼리 호형호제하는 지역문화를 만들어 냈고 자녀들에게는 위계질서를 심어주고, 부모들이 모여 진지하게 지역현실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새로운 부모상을 심어주기도 하였다.

“우리의 일에 다수의 주민이 동의하고 있지만 이를 행동으로 옮겨주는 사람은 그리 많은 것은 아닙니다”라는 황교수의 고충 속에서 느낄 수 있듯 이를 가능케 하기에는 장구한 시간과 적지 않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도 단시간에 성과를 거두어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하는 것을 즐긴다’는 긴 안목으로 가지고 삶터를 즐겁게 만들어 나가보자.

주민자치의 시대에 이것이 곧 가장 훌륭한 지도자적 자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지도자들의 등장으로 우리 안산이 가장 살맛나는 도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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