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를 떠나, 모두들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異見)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매우 커 보입니다. 때로는 같은 당에서 개혁하겠다고 모인 사람들조차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여당이든 야당이든,현재 개혁이라는 화두를 놓고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욱 심화시킨 변수가 바로 20대 청년들의 목소리입니다. 이번 총선과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20대 청년들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전에는 정치권이 20대층에 정치적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일부 청년들을 제외하고는 정치참여(특히 선거참여) 비율이 저조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작년(2010) 일부 언론에서는 ‘어떻게 하면 무관심한 20대의 정치참여를 늘일 수 있을까’를 놓고 심층분석할 정도였습니다. 그 결과, 진보성향의 정치권은 30-40대, 보수성향의 정치권은 50대 이상을 주요 지지층으로 계산하고 선거전략을 마련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2011년에 들어서며 20대가 돌변하였습니다. 특히 치솟는 등록금과 저조한 취업률에 따른 경제적 압박이 그들의 살갗에 직접적으로 느껴지자, 20대 청년들은 인내심을 잃었습니다.

등록금과 취업 문제는 그들의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성난 20대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특히 보수적 성향을 지닌 여당의 경우에는 부랴부랴 ‘젊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최근 여당은비상대책위원회에 20대 중반의 CEO이준석 씨를 발탁하는 놀라운 파격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준석 비상대책위원이 날마다 쏟아내는 어록(語錄)을 보면, 20대의 여당 비상대책위원이 뽑혔다는 것보다 이준석이라는 인물이 여당 수뇌부에 자리 잡았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당으로서는 정말 엄청난 모험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최근(2012년1월 2일)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예능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일반 서민들(특히 청년층)에게 인간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기 위하여 노력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이례적인 행보에 해당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젊은 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자신하던 진보성향의 정치권이 허를 찔렸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유와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그리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가 변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모습도 분명히 있습니다. 모든 정치권들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다 보니(특히 과거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20대의 지지를 얻으려다 보니), 즉시 효과있는 이벤트성 정책에만 집중했지, 각 정책의 장기적 파급효과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과 자신들의 정치적 일관성에 대한 진지한 숙고가 부족해 보입니다.

여야의 책임 있는 정당들이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하는 정책들은 국민들의 이목(耳目)을 순간적으로 집중시키는 ‘반짝 이벤트’와는 달라야 합니다.

그런 일들은 TV의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이 담당할 몫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정치를 ‘예능’처럼 하게 되면, 국민들은 잠깐동안 넋을 놓고 즐거워하고 자신들의 지지율은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정치 예능쇼’가 끝나고 정신을 차리고 나면 국민들은 현실에서 피눈물 나는 댓가를 치뤄야 합니다.

예를 들면, 2012년 올해 정부의예산(일반ㆍ특별회계) 282조6천873억원 중에, 복지예산은 정부의 원안보다 오히려 6천676억원이 증액되었고,기획재정부는 전체 세출예산의 70%를상반기에 배정하였습니다. 그런 반면에, 제주 해군기지 예산은 당초 1,327억원 중에 96%가 삭감된 49억원만 통과되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지는 너무나 뻔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런 식의‘선심성 예산’을 올해, 그것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쏟아붓다 보면 분명히 ‘눈먼 돈’과 ‘리베이트’들이 상당히 오갈 텐데, 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세울 것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음모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정치권은 오히려 그것을 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가 ‘예능’을 하다가는 어떤 일이 생기는지 이미 유럽의 이탈리아와 그리스가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정치권은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예능쇼’가 아니라, 국민들이 ‘성실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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