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이 파동으로 다음 해, 교수는 재임용에서 탈락하게 된다. 교수는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 항소심에서도 연달아 패소하게 된다. 이에 불만을 품은 교수는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판사에게 석궁을 쏘게 된다.

이른바, 부러진 화살이 전국을 흔들었다. 교수는 자신이 피해자이고 판사들이 가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사법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날린 이 사건은 당시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물같이 흘렀다. 잊혀져 가던 부러진 화살이 제2의 도가니가 되어 나타났다. 부러진 화살이 영화로 되살아났다. 다시 부활한 부러진 화살은 지금 과녁판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비타협 원칙과 재판장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는 주인공 교수에게 변호사들도 떠나고, 마지막으로 선임된 자칭 ‘양아치 변호사’의 등장으로 재판은 활기를 띠기 시작하게 된다. 명품배우들의 명품연기에 관객들은 같이 웃고 같이 분노하며 영화는 흥행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2012년 1월 18일, 영화는 개봉되자마자 현재까지 관객몰이에 수직상승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2월 4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누적 관객수는 231만 6534명으로 총관객수 250만을 돌파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다. 다음 주는 300만 돌파까지 예상하고 있다. 영화를 단 한 마디로 압축하라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의 입에서 화살같이 쏟아져 나온 독설이다.

“어디 이게 재판인가, 개판이지!”

최근 대법원장까지 사법부 직원들을 상대로 영화 부러진 화살을 언급할 정도였다. 영화 내용의 잘못과 비판할 점을 전제한 후, 국민의 법원에 대한 좋지 못한 감정의 원인과 국민과의 신뢰와 소통을 주문했을 정도이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분명 예술적 허구가 가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재미가 있기 때문일까? 절대 아니다.

사회의 기본 질서 및 민주주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에 대해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 사법부이다. 오직 법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중립적이고 보통의 가치를 지닌 사람이 용납할 수 있는 판결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에서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사태에 국민들은 한없는 불신과 실망에 빠져들고 있다. ‘그랜저·벤츠 검사’ 사건은 국민 정서상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제 식구 봐주기로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판사는 시대의 아류에 영합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쏟아내고 있다. 대통령을 동네 강아지쯤으로 전락시키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며 스스로의 권위를 훼손하고 있어 국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수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모 판사의 재판 결과는 더더욱 국민들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1심과 2심에서의 재판부 판단이 서로 다르니 국민들도 우왕좌왕할 수밖에…. 사법부에 대한 불신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법은 정말로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가?

헌법에 나오는 법 앞의 평등은 평등권을 뜻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특권층과 서민층에 대하는 법의 잣대를 보면 전혀 몸에 와 닿지 않는다. 오래 전, 중국 TV 드라마 포청천이 왜 우리나라에서 국민들이 열광적으로 시청을 했는지 다시 한 번 곰곰 씹어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1988년 10월 8일, 영등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이송되던 죄수 25명중 12명이 탈출하여 서울시내로 잠입했다. 이른바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를 외치며 인질극을 벌이던 지강헌 일당의 TV 장면마저 불현듯 떠오른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 국가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거니와 미래도 없다. 민주국가에 있어서 법관에 대한 신뢰는 법관 스스로 지켜 나가야 하고, 또한 국민 모두가 지켜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를 국가를 국가답게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화 부러진 화살을 보고 난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법이란 화살은 정확하게 날아가 한 치 오차 없이 과녁판에 명중해야 임무를 다하는 것이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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