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규 논설위원

이는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이해되었지만 여전히 공동체적 정신은 한축을 형성해왔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가장 팽배한 미국에서조차 이러한 공동체 이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와 반대로 1990년 하버드 대학교 뚜밍웨이 교수의 발표내용에 의하면 미국의 청년세대들은 공동체적 가치와 생태학적 가치를 그 이전의 세대보다 더 중요시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학자인 잉글하트는 이것을 탈 물질적 가치라고 언급하고 있는데 선진사회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물질적 가치 대신 탈 물질적 가치가 부상하여 가치이동이 일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도시화와 더불어 매몰되었던 이웃관계가 점점 중요시되어 가는 것이 시대적 현실이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서로 어울려 살고자하는 현대사회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 공동체 운동이지만 전통사회에서와 같은 닫힌 지역사회를 만들 수는 없다. 사회학에서는 공동체를 지역, 공동체정신, 상호작용 등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는 정주형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교통과 인터넷의 발달로 상대적으로 거리가 짧아지면서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리가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회자본, 신뢰, 네트워크 등이다.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집합적인 만큼 국민성, 국민문화 등과 유사의미를 지닌 사회자본은 일대일 관계형성 방법이 강조되는데 이는 목적을 두고 사람을 동원시키는 방법이아니라 아무 목적 없이 만나 신뢰를 쌓고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운동이다.

사회자본론의 대표작 학자인 제임스 콜맨은 한국의 학생운동이 독재치하 하에서 그토록 강한 힘을 발휘하였는지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한국 학생운동의 사회자본적 측면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후진국적 정치 행태 속에서도 국가발전이 급속히 이루어진 것도 우리국민의 사회자본에 대한 사례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안산은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소설 상록수에서 나타나듯이 근대 사회운동의 선구자적 지역이었으며 특히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제 문제 해결을 민간운동 차원에서 지역문제를 해결해온 경험을 가진 지역이다.

구봉지구매립계획철회, 지정폐기물처리장 설치계획의 철회, 시화호의 해수화, 공해단속권의 지방이전 , 환경기술개발센터의 유치, 수인선의 지중화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전국에서 최초로 지역공동체 운동을 출범시켰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거니와 이를 단순한 실험으로 출범시킨 것이 아니라 2001년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동사무소 단위로 4년간의 실험을 거친 후에 출범하였다는 것은 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안산공동체 운동의 출범자체가 모래알 도시, 머물다 가는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지역현실극복을 위한 것인 만큼 그 자체도 의미 있는 시도이거니와 지방자치제의 발전에 따라 풀뿌리 민주주의, 생활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웃과 함께하는 날, 좋은 마을 만들기 등의 시행을 통해 가능성을 점검했지만 비용의 문제, 전문성의 문제 등으로 본격화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다음의 4가지에 유념, 지대한 성과를 발휘하여 시민운동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첫째, 풀뿌리 공동체의 형성이다. 사회학자인 뒤르켐은 개인주의와 공동체를 결합시키기 위해 유기적 연대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바 있다. 개인들이 전문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대화하며 공동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간다는 이 의미는 협동을 전제로 하며 협동은 학습되고 훈련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다양한 봉사단체에 다양한 평생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안산은 어떤 지역보다 많은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다. 이제 눈을 삶터로 돌려 골목단위, 공원단위 등의 풀뿌리 공동체 형성을 시도하는 것은 도이기도 할 것이다.

둘째 지도자의 양성이다. 하바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은 “사람들을 조직하기”라는 과목이 있다. 사회적 약자들이 자포자기 하지않고 문제해결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목적이다.

이처럼 교육과정을 통해 훈련된 봉사자들이 삶터단위의 사람들에게 조직을 만들 동기를 부여해주고 지속적 운영을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사람 냄새나는 마을을 만드는 주요한 동기가 될 것이다.

셋째, 기업의 참여이다. 우리 안산은 도시와 공단이 분리되어 지역발전에 지대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자매결연, 지역상품이용하기 등과 같은 기업과 도시가 함께하는 문화의 형성은 중소기업 중심의 도시인 안산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동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활동에 네트워크강화를 위한 인터넷이 결부되어 전체 활동을 보조하고 골목단위, 공원단위의 활동을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안산공동체 운동의 사회자본의 가치는 더욱더 커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현규 논설위원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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