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해당 정당이 강한 진보성향을 띠다 보니 일부에서는 보수 언론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지만,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사실들을 볼 때 그런 음모론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또한 외부 ‘보수’ 세력들이 아닌, 내부의 동지들끼리 벌이는 추악한 폭력사태 및 폭로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한 정당의 내부 문제이므로 외부인들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일부에서는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앞으로 우리나라를 4년이나 이끌고 갈 국회의 제3정당이며, 제1야당과 연대를 이루고 있는 정당이라는 점에서, 해당 정당은 국민들의 ‘잔소리’를 들을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의 정당들이 ‘총재’들의 뜻에 따라 움직였던 것과는 다르게, 현재 대부분의 우리나라 제도권 정당들은 원칙적으로 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구성하고, 각종 선거 공천자들을 선택합니다. 다만 정당마다 다른 점은 당내 경선 투표권을 얼마나 외부에 공개하느냐 입니다.

기업으로 말하자면 주식상장을 통해 기업을 얼마나 시장에 공개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경선투표권을 외부에 얼마나 공개하느냐는 전적으로 그 정당의 고유권한이지, 전면 공개한 정당은 민주정당이고 공개하지 않은 정당은 독재정당이라는 단순도식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각 정당은 정치적 신념과 목표를 같이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기에, 각 정당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理想)을 실현할 최선의 방책을 찾으면 됩니다. 다만 당내 경선 투표권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그 정당이 최고의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당내 경선을 통해 ‘정치적 흥행’을 일으키겠다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참여정부의 고(故) 노무현 전대통령은 민주당 대통령후보경선 흥행의 여세를 몰아 청와대 입성까지 이루어 내었습니다.

그런데 일단 경선 규칙이 정해지면, 그 규칙은 이유불문하고 지켜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정당한 절차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규칙이 위반된 사례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공정한 사회’의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정당에 대하여 국민들이 가지는 의문은, 과연 그 정당에게 민주주의와 공정함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당장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서 물리적인 힘까지 동원하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는 사람들이 주도하는 정당이라면, 그 정당에는 사실상 민주주의도, 공정함도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란을 끝내 해결하지 못한다면, 해당 정당은 수권(受權)정당이 될 능력과 자질이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 뜻’을 운운(云云)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언행이 됩니다. 자기 정당원들도 제대로 아우르지 못하고, 그들의 뜻도 공정하게 대변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통합’과 ‘민의(民意)대변’이라는 대임(大任)을 맡을 수 있겠습니까?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해당 정당이 국내 주요 정당으로서 그리고 미래의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질이 있는가를 스스로 증명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해당 정당의 이번 사태는 단순한 자기검증의 숙제만 남긴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상당수의 국회 폭력은 소수 정당들에 의하여 벌어졌는데, 주로 ‘다수당의 폭거’를 막기 위하여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 그 명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분으로 국회가 더 이상 패싸움의 현장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여야의 공감 아래, 최근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일명 ‘몸싸움 방지법’이라고도 일컫는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더 이상 국회 내에서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쟁점이 되는 법안에 대한 민주적인 합의절차가 명문화 된 것입니다. 따라서 그 법안의 적절성을 떠나, 국민들은 모처럼 상식과 이성이 지켜지는 국회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정당의 이번 폭력사태들을 보며, 최근 국회의 그런 노력이 또 다시 물거품이 될 것 같다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해당 정당에 엄연히 존재하는 의결절차법이 일부 당원들에 의하여 유명무실화 되듯, ‘국회선진화법’의 존재와 상관 없이 일부 국회의원들과 그 보좌관들이 벌이는 난동에 또 다시 국회가 난장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됩니다.

일단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남들이 뭐라하든 물리력까지 동원해서라도 끝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태도는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인들이 아닌 폭력배와 독재자의 논리입니다.

아무리 자신들의 이념과 목표가 숭고하다고 해도 정당한 절차와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정당은 대학 동아리만도 못한 모임이 됩니다. 목표의 정당성이 수단과 과정을 모두 정당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자신들의 목표가 ‘진정한 정의’라는 확신이 있는 만큼,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과 과정도 흠결이 없어야 합니다. 옛날 어린 학동(學童)들이 서당에서 배우던 <사자소학(四字小學)>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수신제가 치국지본(修身齊家 治國之本)’, 즉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은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부디 이번 사태가 해당 정당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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