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 교회 담임목사

물론 자영업자들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일부 상위 대기업들을 제외한 상당수의 대기업들과 중소기업들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단순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이 아니라 사실상 국제적인 경제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제적인 대기업들조차 파산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은 단순히 경기가 어렵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현재 상당수의 국내 자영업자들은 단순히 자신의 사업을 해보겠다는 꿈을 꾸며 창업을 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생계수단으로서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정년제도와 고령화의 문제가 겹쳐 노인층의 일자리 수요가 계속적으로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역시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하는 현상까지 속출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살아 보려고 도전하는 제3의 길이 바로 창업입니다. 즉 좀 더 벌어 보겠다는 욕심보다는 어떻게라도 살아 보겠다는 절박한 심정이 자영업자들의 실제 마음입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자영업이 몰락한다는 것은 사실상 서민경제가 무너진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신규 창업자들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나름 입지를 굳힌 자영업자들까지도 몰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규 창업자들이 대거 무너지는 현상은 신규 창업자들이 시장을 신중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무모한 창업을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기존에 터를 잡은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는 현상은 제3의 요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제3의 요인들 중에 하나가 바로 ‘프랜차이즈 체제’입니다. 현재 동네슈퍼들과 재래시장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대형마트들과 SSM, 즉 대형마트들의 골목 분점들입니다.

현재 동네 빵집들이 몰락하는 주요 원인 역시 유명 브랜드를 앞세운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성업입니다. 이 외에도 부동산, 미용실, 치킨집, 분식집 등 업종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진출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제공하는 고유 정보와 기술, 전국적인 판매망과 포인트 혜택 등을 개별 일반 자영업자들이 따라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쇠락은 불가피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랜차이즈 업소들은 잘 되고 있을까요? 물론 아닙니다. 본부에서 직접 직영하는 업소가 아닌 이상,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업소들을 엄청난 창업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자신들이 직접 마련할 수 있는 간단한 인테리어, 가구, 비품조차 프랜차이즈 본부에게 맡겨야 하는데, 프랜차이즈 본부는 이 단계에서부터 엄청난 폭리를 취합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업종과 업소에 따라 다르지만) 매출액에 대하여 적지 않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합니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부의 지시에 따라 정기적으로 인테리어 및 홍보작업을 하다보면 사실상 프랜차이즈 업소의 운영자들도 남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결국 프랜차이즈 업소들의 경우에도 프랜차이즈 본부만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을 뿐, 대다수의 프랜차이즈는 겨우 연명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고자 최근 정부가 프랜차이즈 본부의 일방적인 횡포를 제한하도록 관련규정을 정비하고는 있지만, 현재의 ‘갑과 을’ 관계가 얼마나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상 미지수입니다. 그리고 국가 경제를 법률로 통제하고 움직인다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프랜차이즈 체제가 비단 자영업 시장에서만 존재하는 현상일까요? 아닙니다. 사실상 이 현상은 지칭하는 단어만 다를 뿐, 현재 우리경제의 기본구조를 표현하는 개념입니다.

현재 상당수의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여 대기업들의 요구조건에 맞추어야만 살아남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대기업 직원들의 연봉을 올리기 위하여 하청업체들에게 납품단가를 낮추라는 요구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개하는 ‘사상최고’의 기록들은 단순히 그들의 뛰어난 기술력과 경영방식이 만들어 낸 기적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고혈이 섞인 결과입니다. 비록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과 상생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우고 실천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움직임들이 중소기업들의 피부에 와 닿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나라 경제가 극소수의 상위 기업들만 사는 체제로 굳어지면, 결국 그 상위기업들조차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들의 수익기반과 고객들이 무너지는데, 대기업들과 프랜차이즈 본부들이 어떻게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라도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자신들만이 아닌 우리 국민들과 다 함께 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