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당시 시사토크 쇼의 MC는 김미화 씨였고, 게스트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였습니다. 두 분 모두 시사토크 장르에서는 손꼽히는 유명인사들입니다. 결국 시사토크 스타들이 대한민국의 국보급 스포츠 스타를 소재로 ‘쇼’를 하다가 큰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일단 당시 황 교수가 제기한 본질적인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의 ‘(스포츠) 스타 마케팅’이었습니다. 언론에 보도된 황 교수의 발언의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우리는스포츠스타에게많은혜택을준다. 병역면제도시켜주고, 스포츠스타는그걸로인해서나중에돈도많이받는다.

과도하게특정스포츠스타를영웅시하는건조금은후진국적행태라는것은생각해줘야된다... 대한민국의대학은교육기관이되길포기했다. 교육장사를하는기관으로바뀌었다. 실제로거의교육장사를하고있으면서아닌척하고사기를치는것은,많은학생들이겉으로는아닌척하면서사기치는법을은연중에배울위험성을더많이가지고있는, 그런교육기관이된다는거다.””

하지만 실제 문제의 발단은 이런 주제를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었습니다. 김 MC의 추임새에 맞추어 황 교수는 매우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표현으로 김연아 선수와 고려대학교를 비꼬기 시작했습니다.

김 MC: 김연아 선수 있죠? 예쁘잖아요.

황 교수: 아, 그럼요. 요즘 술광고나와 그 맥주 마실때마다‘야, 연아하고 같이 마셨으면 좋겠다’, 그생각했어요.

김MC: 교생실습 얘기에요.

황 교수: 김연아가 언제 대학갔나요? 대학을 간다면 연대를 가야지 어떻게 고대를 가요?

이런 식으로 시작된 김연아 선수에 대한 비난은 김 선수의 교생실습자격과 진정성 문제로 발전했습니다. 황 교수는 ‘교생실습을간다는것은분명 4년간수업을다들었다는것인데김연아는아니지않느냐?’라고 지적한 후, ““(김연아 선수가) 교생실습을성실하게간것은아니구요. 한번한다고쇼를했다고표현하는것이정확한거겠죠””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 시사토크 쇼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렸습니다. 한쪽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대학측으로부터 어느 정도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비판하며 황 교수를 옹호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성실하게 교생실습을 하고 있는 김 선수에게 근거 없는 명예훼손을 하고 있다’며 항의했습니다.

특히 김 선수가 교생실습을 하고 있는 진선여고와 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김 선수의 소속사에서는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인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논란을 더 ‘뜨겁고 복잡하게’ 만든 것은 바로 출연자들의 이념논란이었습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는 김 MC와 황 교수 모두 ‘진보적인 인사’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황 교수의 경우에는 수년 전에 ‘나꼼수’의 김어준 씨와 상당히 비판적인 시사토크 쇼를 진행했던 경력이 있습니다.마침내 사태가 이렇게 심각해지자, 지난 25일 김 MC는 김 선수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였지만, 황 교수가 사과하였다는 뉴스는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사실상 두 가지 ‘특권’이 충돌하며 빚어낸 현상입니다.

첫째는 스타들의 특권입니다. 대학들이 스타급 스포츠 선수들뿐만 아니라 각종 연예 스타들을 대상으로 ‘스타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것은 대학들도 일종의 ‘산업경쟁 체제’에 돌입하면서 가용 마케팅 수단을 모두 동원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 마케팅은 대학들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군대까지 스타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타 마케팅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특혜’ 논란이 불거지게 되어 있습니다. 스타들에 대한 일반 대중들의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각종 의혹과 선입견은 사실 관계를 떠나 일반 대중들의 뇌리에 일종의 공리(公理)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김 선수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대학 수업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맥주광고를 포함한 그녀가 지금까지 활동한 CF들은 그녀를 연예가의 가십(gossip) 대상으로 올려놓기에 충분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전략인 마케팅이, 특히 ‘비영리 기관/단체’들의 마케팅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하여 심도 있는 조사와 연구를 할 때입니다.

둘째는 언론의 특권입니다. 현대사회에서‘제4의 권력’으로 인정 받는 언론은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더욱 ‘성역화(聖域化)’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나꼼수’에 대한 논란이 보여주듯, 언론 특권의 한계에 대한 국민적인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청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각종 토크쇼들이 최근 각 방송국들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표현들이 동원되고 있습니다.현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로 인정되는 ‘언론의 자유’가 건전하게 유지되려면, 언론이 그에 걸맞는 ‘책임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김학중 꿈의교회 담임목사  webmaster@ansan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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