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호국보훈의 달 6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산화한 고귀한 영령들을 생각하는 달, 우리는 그 영령들을 얼마만큼 가슴에 담고 있을까? 6월이 가기 전 반성해 볼 시간을 가져야 한다.

가슴 아픈 날이 돌아오고 있다. 아니 화가 치솟는 날이 돌아오고 있다. 온 국민들은 화가 치솟는데 그날과 연루된 사람들은 딴 세상의 일처럼 혀를 놀려대고 있다.

이런 얼빠진 인간들이 우리의 국방을 책임지고 있었다니….

오는 29일은 제2 연평해전 10주년을 맞는 날이다. 국방부는 이 기념식에 대통령의 참석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참 씁쓸하기 그지없다. 당연히 참석해야 할 일을 건의하기로 했다니 아직도 제2 연평해전이 제자리를 찾기엔 한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을 보라, 이건 종북(從北)을 추종하는 무리들이 말하는 종미(從美) 발언이 아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국정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를 마중하기 위해 도버 공군기지로 향했다.

대통령은 전사자들의 운구를 부동자세로 지켜봤다. 군 통수권자가 전사자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이런 모습이 나라를 사랑하는 진정한 대통령의 모습이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월드컵대회가 막바지이던 2002년 6월 29일, 북한경비정 2척이 연평도 인근의 북방한계선을 넘어오자 해군의 고속정 4척이 경고방송을 하며 대응했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포격으로 참수리 357호의 조타실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교전은 25분 동안 지속되었다. 이 교전으로 윤영하 대위를 포함하여 6명이 전사, 19명이 부상당했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7월 1일, 참수리호 전사자 6명의 영결식엔 대통령도, 국무총리와 국방장관도 그날과 연루된 고위직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그날은 영결식을 바라보는 국민들만이 대통령이었고 국무총리였고 국방장관이었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때의 충격적인 비화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어 또 한 번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북한 도발 징후를 포착한 군의 보고를 안보 라인에서 묵살했다고 한다. 해군에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려 북한 함정 격침을 막은 꼴이 되어버렸다.

‘우발적 사고’라는 북한의 통지문만 달랑 믿고 사건을 흐지부지 무마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당시 국가 안보 라인으로는 국방부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외교안보특보, 국가정보원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의 머릿속엔 이 장병들의 죽음이 다른 나라 군인들의 죽음처럼 생각된 것일까?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노선을 위해서라면 강 건너 불 보듯 해야 했었던 말인가? 이 나라의 바다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의 죽음이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것인가?

당시 군 수뇌부였던 국방장관, 합참 작전본부장 등은 자신들이 내린 판단에 대해 책임 전가하듯 말을 돌리고 있다.

별을 달았으면 별 값을 당연히 해야지, 별 값은 안하고 별별 짓거리만 하고 있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게다가 당시 대통령 특보였던 사람은 한수 더 뜨고 있다. ‘제2 연평해전 시 작전통제선 넘은 우리 군도 잘못’이라고 하니 아직도 대단한 착각 속에 살고 있으니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과거 두 정권하에서는 해군자체행사로만 추모식이 열렸다. 3주기 때 국방장관이 참석하고, 5주기 때부터는 국무총리가 첫 참석을 했다. 그것도 국민들의 공분이 심해지자 생색내기로 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당시 국가 안보라인에 있던 사람들은 이제라도 잘못을 빌고 반성해야 한다. 늦었지만 이번 제2 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 장병들에게 용서를 빌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국민들의 손에 이끌려 죗값을 혹독하게 치룰 것이다.

참수리는 독수리 중의 독수리이다. 날카로운 부리로 물고기를 잡아채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다. 천연기념물 제243호로 지정되어 있는 참수리의 힘찬 날갯짓을 그려보며 참수리호를 생각한다.

그날의 참수리호 용사들을 서해의 수호신으로 거듭 태어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도 숙연한 자세로 참석하고, 온 국민이 가슴에 품어야만 수호신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1년 365일 우리들 가슴 속에 기억되는 참수리로 훨훨 날아오르게 해야 한다.

류근원 동화작가 (안산화랑초등학교 교장)  kwroo@hanmir.com

<저작권자 © 안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